<정기훈 기자>

“민주노조 주력세대는 쇠퇴한 게 아니라 타락했다.” “민주노총이 본연의 역할인 정책연구는 하지 않고 뻥파업을 하면서 알리바이 기구가 됐다.”

정의당과 정의당 부설 미래정치센터가 19일 오후 1987년 노동자 대투쟁 30주년을 맞아 토론회를 개최한 국회 도서관 대강당. 이날 토론회 주제는 ‘노동이 있는 민주주의, 무엇을 할 것인가’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민주노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활동가들은 직접적이고 솔직한 화법으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민주노총 내에서도 민감한 주제를 가감 없이 다뤘다.

“총연맹이 정책연구는 안 하고 뻥파업”
비정규직 외면에 “기득권 내려놔라”


포문을 연 것은 노중기 한신대 교수(사회학)였다. 발제를 맡은 노 교수는 ‘비정규노동 중심의 사회연대체제 구축’을 새로운 노동체제로 제안하면서 민주노총 또는 이른바 민주노조운동 진영을 비판했다.

노 교수는 “총연맹은 정보제공·연구·평가기능을, 산별노조는 조직화와 투쟁사업을 해야 한다”며 “총연맹이 정책연구는 하지 않고 산별노조가 해야 할 투쟁을 뻥파업으로 하면서 (우리가 투쟁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알리바이 기구가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책연구를 하지 않으니 정파들은 서로 자기가 옳다면서 대화를 하지 않는데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위기”라고 덧붙였다.

노 교수는 임원직선제에 대해서도 “여러 측면에서 혁신운동을 기획했지만 직선제 외에 제대로 실행된 게 없었다”며 “직선제 역시 적절한 대안이 아닌 만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도 최근 불거진 최저임금 인상 논란과 비정규직 정규직화 논란을 언급하면서 민주노총을 겨냥했다. 이남신 활동가는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가 사내하청지회를 지부조직 편제에서 제외하고, 금속노조가 현대자동차 판매비정규 노동자들을 가입시키지 않는 것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민주노조 주력세대는 쇠퇴한 게 아니라 타락한 것”이라며 “원칙적으로 보면 금속노조를 민주노총에서 제명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교육부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에서 기간제 교사·강사들의 정규직 전환이 무산된 것도 도마에 올렸다. 이 활동가는 “서울지역 한 전교조 분회장이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에 찬성한 전교조 위원장을 비난하는 투서를 실명으로 정규직 전환위에 보낸 일까지 있었다”며 “전교조 교사들이 반교육적이고 반노동적 행위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올해 7월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을 16.4% 인상하기로 결정한 뒤 민주노총이 이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서 논란이 된 사례도 거론했다. 그는 “최저임금 16.4% 인상은 양대 노총이 함께해서 이룬 최대 성과였고, 미조직 노동자들을 조직화할 수 있는 최고의 마중물이었다”며 “민주노총이 스스로를 죄인으로 만들고 노동자계급 대표 역할을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이 활동가는 그러면서 “노동운동 주도세력을 교체해야 한다”며 “민주노총의 대기업 정규직노조, 전교조, 공무원노조는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성과에 고무돼 지속적인 최저임금 투쟁을 다짐한 조합원들이 민주노총 성명을 보고 기세가 꺾여 버렸다”고 토로했다.

“사회적 대화 참여” 목소리 커져

이날 토론회에서는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참여정부 당시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를 반대했던 노중기 교수는 “노동이 수세적이었던 참여정부와 달리 경제민주화와 노동존중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들어가 전략적인 과제를 요구로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위원 구성을 보면 노동계 입장에서 일자리위원회가 노사정위보다 불리하다”며 “일자리위에는 들어가면서 노사정위에 안 들어가겠다는 것은 전략적이지 못한 태도”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정세나 시기를 보고 사회적 대화 참여 여부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며 “수세적인 상황이더라도 사회적 대화에는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남신 활동가는 “어렵지만 주도적으로 개입하면서 노동자들의 이해를 관철시키는 전방위 전략이 필요하다”며 “투쟁과 교섭을 투트랙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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