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국생명노조

흥국생명 관리자들이 노조 임원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추가로 공개됐다. 배경에 성과연봉제 도입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흥국생명노조(위원장 백창용)는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 흥국생명 본사 노조사무실에서 증거자료를 공개했다.

관리자 “대한민국 어느 회사가 노조활동 보장하나”

노조가 이날 공개한 녹취파일에 따르면 관리자는 부위원장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나선 A씨에게 “집행부에 들어가는 건 안 했으면 좋겠다”며 “무슨 말인지 알겠냐”고 되물었다. 이어 “일단 결정되고 나면 나한테 얘기를 해달라”며 “이따 오후에 다시 통화하자”고 말했다.

또 다른 부위원장 후보 B씨에게는 관리자가 “대한민국 어느 회사가 노조활동을 철저히 보장해 주느냐”며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하라”고 경고했다. A씨와 B씨는 후보에서 사퇴했다.

노조가 이를 회사 차원의 개입으로 보는 이유는 여러 명의 관리자가 후보들에게 면담을 하거나 수차례 전화를 걸어 사퇴를 압박했기 때문이다.

두 명의 후보가 사퇴한 뒤 백창용 현 위원장은 다른 부위원장 후보 3명과 동반출마하기로 하고 후보등록 마감시한인 지난 14일 오후 6시를 한 시간여 남기고 등록을 마쳤다.

노조는 추천서를 받는 과정에서도 사측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공개한 SNS 메신저 대화에 따르면 추천서를 작성해 주기로 한 부서 직원이 “(추천서를 동료들에게) 받고 있는데 팀장님이 갑자기 추천서를 가지고 어딜 가셨다”고 밝혔다. 후보등록 마감시간인 6시가 지난 뒤 해당 직원은 “(팀장이 추천서를) 6시 넘어 주셨다”고 전했다.

노조는 이날 오전부터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선거 입후보 마감시간 직전 후보추천서를 갈취했다”며 “회사는 부당노동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태광그룹 계열사 중 티브로드·흥국생명만 성과연봉제 도입 안 해”

흥국생명 노사관계는 올해 초 사측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하면서 악화했다. 기본연봉의 최대 40%까지 삭감할 수 있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노조가 거부하자 사측이 노조활동에 개입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노조에 따르면 태광그룹 계열사 가운데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은 곳은 티브로드와 흥국생명 두 곳뿐이다. 올해 초 태광그룹 본사와 흥국화재·고려저축은행·예가람저축은행·KCT 등 10여곳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노조는 이날 사측 관계자를 만나 항의하고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 요청서를 전달했다. 백창용 위원장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반대하고 상급단체에 가입한 현 집행부의 재선을 막기 위해 회사가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노동부가 철저히 수사해 부당노동행위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 상급단체인 연합노련과 한국노총도 나선다. 김경수 연합노련 노사대책부장(공인노무사)은 “이미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흥국생명 사측을 노동부에 고소했지만 노동부가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사측 부당노동행위가 반복되는 것”이라며 “연맹과 한국노총이 함께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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