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방법을 찾지 못한 것일까.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은 불가능한 것일까.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서 ‘전환 불가’라고 못 박았다. 이 총리는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는 법적으로 불가능해 법을 어기면서까지 강행하기 어렵다”며 “해당 교사들이 기대했을 텐데 미안하고 처우개선으로 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리 얘기를 반박하긴 어렵다. 교원공무원법에 따르면 교원은 임용시험을 통해 공개채용을 해야 한다. 정규직 전환 대상자인 4만여명의 기간제 교사ㆍ영어회화 전문강사ㆍ초등 스포츠강사들이 임용고시를 보지 않는 한 정교사가 될 수 없는 셈이다. 이런 논리라면 1989년에 마련된 교원 임용고시를 폐기 또는 수정하지 않는 이상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은 불가능하다.

과연 그럴까. 예외는 있었다. 예상치 못한 불가피한 상황에서 제도를 운용하는 주체는 융통성을 발휘하는 법이다. 공고했던 임용고시제도에도 파격이 존재한 적이 있었다.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는 교원의 정년을 65세에서 62세로 단축했다. 당시 정부가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교사들이 대거 퇴직했다. 임용고시 경쟁률이 높을 정도로 교사 지원자는 많았지만 교단 공백사태를 메울 수 없었다. 교육부는 이런 사태에 대응하고자 임용고시를 변용하는 파격을 시행했다. 당초 초등학교 교사는 교육대를 졸업하고 임용고시를 통과한 예비교사를 선발한다. 반면 중ㆍ고등학교 교사는 일반대학과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임용고시를 통과한 예비교사를 뽑는다. 99년 교육부는 이런 경계를 허물었다. 또 기간제로 채용한 교사들을 정교사로 전환했다. 물론 임용고시는 따로 봤다. 이런 파격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당시 기간제로 채용돼 정교사가 된 이들의 증언을 들었다.

당시 교육부는 일반대학과 사범대학에서 교원자격증을 취득한 이들에게도 초등학교 교원임용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다만 정부가 시행하는 기간제 교사 채용시험을 보되 1년간 보수교육을 거쳐 정교사 임용시험을 따로 보는 과정을 마련했다. 이를테면 중등교원자격증을 가진 영어전공 예비교사는 영어와 교육학 시험을 치르고, 이를 통과하면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로 채용하는 식이다. 이들은 일선 교사로 활동하면서 보수교육을 받았고, 다음해인 2000년 정교사 임용시험을 치렀다.

현행 초등학교 교단은 교육대와 일반ㆍ사범대를 졸업한 교사들이 공존한다. 중ㆍ고등학교 경우에도 기간제 교사를 거쳐 정교사로 전환한 교사들이 있다. 그냥 기간제 교사로 묶어 놔도 될 텐데 왜 정규직 전환 과정을 따로 시행했을까. 안정적인 지위를 부여해야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소명감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이런 예외는 오래가지 않았다. 2000년 이후 교육부는 정교사가 퇴직한 빈자리를 기간제 교사들로 채웠고, 이들의 정규직 전환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것이 교직사회에 비정규직이 확산한 계기가 됐다.

돈의 논리와 법적 잣대를 들이댄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지난 정권이 법 테두리에서 가능한 ‘정규직 전환’을 했던 것과 다를 게 없다. 그러면서 과거 정권은 정규직 기득권을 허무는 방안에 몰두했다. 비정규직 처우개선은 정규직 기득권을 허무는 수사에 불과했다.

문재인 정부는 다르지 않은가. 문 대통령은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밑바닥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양극화를 해소하겠다고 했다. 과거 정권과 방향이 다르다면 그걸 이뤄 내는 ‘과정 관리’도 달라야 한다. 과거 정권과 동일한 결론을 내려놓고, 이해당사자 의견을 들었다고 변명하는 것은 볼썽사납다.

정부가 먼저 융통성을 가졌으면 한다. 김대중 정부가 시행한 교원임용제도 변용은 참조할 만하다. 현행 교원공무원법 공개채용 방식을 외면할 수 없다면 제도 운용이라도 유연하게 검토하자. 4년 이상 일한 기간제 교사에게 정규직 전환 우선권을 주거나 임용고시에서 가산점을 주는 건 어떤가. 사회적 대화를 통해 교원양성과 수급정책을 병행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정부가 먼저 ‘전환 불가’라고 선을 긋고 섣부르게 단정하지 말자.

현직 교사와 교육대를 졸업한 예비교사도 경직된 태도를 버려야 한다. 교단은 이미 교육대 졸업자들로 채워져 있지 않으며, 임용고시는 변별력을 잃은 지 오래다. 공급과잉 사태를 빚은 정부의 교원 양성정책과 수급정책을 겨냥해야지 교단에서 함께 고생한 기간제 교사들에게 화살을 돌릴 이유는 없지 않나. 15년째 초등학교 교단을 지키고 있는 기간제 출신 정교사 정아무개씨의 얘기를 곱씹어 봤으면 한다.

“최근 문제는 노동문제이지 전문성과는 거리가 멉니다. 기간제 교사에 대해 걸핏하면 교단의 전문성 없다고 하는데요. 임용고시 통과했다고 전문성이 거저 생기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교단에서 오랫동안 아이들을 가르치고 교과공부에 전념해야 전문성을 얻는 거예요. 99년 이후 초등학교에 온 일반대 출신 기간제 교사들은 자기 전공을 살려 교과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과거엔 없었던 교과연구회가 각 학교에서 활성화됐죠. 혁신학교 바람을 타면서 초등학교 변화의 밀알이 됐습니다. 물론 아직 멀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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