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회사 갔냐고, 아침에 눈 뜨자마자 아이가 물었다. 아빠도 회사 가야 한다고, 이러다 늦겠다고 채근하던 내게 또 물었다. 왜 매일 회사에 가야 해? 한참을 망설였다. 밥벌이해야지. 지금 먹는 사과와 우유와 시리얼이며 네가 이따 분명히 사 먹을 쭈쭈바 살 돈을 벌어야 한다고 구구절절 말하느라 입이 아팠다. 이것 말고 그럴듯한 게 더 없던가 싶어 마음도 아팠다. 평소 갖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 대는 장난감 이름을 거기 슬쩍 끼워 넣었다. 자기도 어른이 되면 회사에 갈 거라고 말하는 아이 눈빛이 유독 반짝거렸다. 차를 사 주겠다는 공수표를 날리기도 했다. 사진기자가 되겠다고, 또 큰 건물이 멋져 보였던지 국회며 청와대에서 일하겠다고도 했다. 아니, 고양이 고치는 수의사가 좋겠다고 말을 바꿨다. 응 그래, 뭐든 네가 행복한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건성으로 보태고 말았다. 고양이 변기에서 '감자'와 '맛동산'을 캐느라, 밥 먹이고 치우느라, 어린이집 가방과 무거운 카메라 가방을 싸느라 그 아침에 짬이 없었다. 허겁지겁 내달려 닿은 곳에 청년일자리박람회가 성황이었다. 카메라 뒤라서 안도했다. 그게 뭐라고 잠시 우쭐했다. "GO FOR THE GOLD!" 채용공고 게시판 앞 한 청년이 입은 티셔츠 속 문구가 눈에 들었다. 뭘 하든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아이에게 늘 말해 왔는데 꼭 그런 게 아닐 거라 생각했다. 최악의 청년실업률은 기성에 채근할 일이었다. 여태 공수표 남발한 어른의 몫을 무겁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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