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MBC·KBS 노동자들의 파업을 “조폭들이나 하는 짓”으로 치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홍 대표는 14일 연세대 일일특강 연사로 나선 자리에서 “현재 MBC와 KBS가 파업 중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학생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공영방송 정상화”를 내걸고 11일째 파업 중인 MBC 노동자들은 지난 9년간 공영방송에서 블랙리스트가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밝히며 진짜 조폭들이 하는 짓이 무엇인지를 폭로했다.

MBC본부 “블랙리스트는 이렇게 작동했다”

최근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가 이명박 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존재를 밝힌 가운데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김연국)가 이날 오전 서울 상암동 MB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능·드라마·라디오 부문 현업 PD들이 겪은 블랙리스트 작동사례를 폭로했다.

조준목 예능PD는 2009년 방송인 김제동씨가 진행을 맡은 파일럿 프로그램 <오마이텐트> 폐지 과정을 소개했다. 조 PD는 “프로그램 기획단계에서 ‘참신하고 시류를 잘 읽은 기획’이라고 호평한 당시 편집국장 안광한 전 사장이 정규방송 편성 직전 ‘기획이 모호하고 불투명하다’고 말을 번복했다”고 밝혔다.

“MC로 김제동씨를 섭외했다고 하니 어떻게 데려왔느냐며 안 전 사장이 칭찬했어요. 첫 방송에서 시청률이 13%나 나왔어요. 당시 파일럿프로그램 중 시청률이 제일 높았죠. 당연히 정규편성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점점 이상하게 흘러갔어요. 방송 내레이션에 윤도현씨를 섭외했는데, 위에서 꼭 윤도현으로 해야 하느냐고 하는 거예요. 그때만 해도 블랙리스트 문건이 있는 줄 몰랐어요. 저는 ‘전달력도 좋고 각광받고 있기에 윤도현이 딱’이라고 했죠. 지금 와서 생각하면 참 멍청한 짓이었어요. 김제동에 윤도현이라니…. 제가 못 알아챈 거였죠.”

조 PD는 “김제동씨가 블랙리스트에 올랐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폐지한 듯하다”며 “(당시) 김제동씨가 제게 전화해서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그렇게 어렴풋이 알고 있던 게 며칠 전 나온 MB 블랙리스트였다”며 “김제동씨로부터 소속사 대표와 청와대 관계자가 통화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김연국 본부장은 “블랙리스트에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며 “뉴스는 물론 예능에서도 세월호 모습이 지워졌고 담당 PD는 불이익을 당했다”고 비판했다. 김 본부장은 “다시는 청와대가 정보기관을 동원해 방송장악을 하는 역사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며 “우리 구성원들은 MBC를 밑바닥부터 철저히 바꿔 놓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KBS본부 “이사들, 공영방송 무너뜨린 책임져라”

15~16일로 예정됐던 KBS 간판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 촬영이 취소됐다.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성재호)는 “제작진이 파업 이후 첫 촬영을 앞두고 2012년 파업 이후 5년 만에 촬영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작진 6명은 “KBS에 쌓인 적폐를 청산하고 제대로 된 공영방송을 세우자는 파업 취지에 적극 공감한다”며 “KBS 정상화가 이뤄진 뒤 시청자들에게 더 건강한 웃음을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KBS 메인 뉴스프로그램인 <뉴스9>가 20분 축소되는 등 방송 파행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결방된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이번 파업을 마음으로 응원하겠다” 혹은 “무사히 (파업을) 마치고 돌아오길 바란다”는 응원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한편 이날 KBS본부는 이인호 이사장을 시작으로 강규형 명지대 교수·김경민 한양대 교수·이원일 법무법인 바른 대표의 이사직 사퇴를 촉구했다. KBS본부는 “고대영 사장 퇴진은 물론 박근혜 정권이 알박기로 남긴 KBS 이사회를 해체해야 한다”며 “KBS 이사들은 고대영 체제를 비호하고 묵인 방조한 방송장악의 공범자”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KBS 이사들은 정권의 보도개입과 국정농단 보도참사·사내 구성원에 대한 탄압에 어떠한 공적책무도 수행하지 않았다”며 “지난 9년간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방송장악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KBS 이사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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