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티브로드 한 사업장 팀장이 원·하청 공동파업을 추진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역적행위, 이적행위”라고 비난하는 녹취가 공개됐다. 그는 협력업체에는 갑질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티브로드 노동자들은 “조합원들이 회사 내에서 폭언과 욕설·협박 등 일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다.

◇“파업하면 가만 안 둔다”=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희망연대노조 티브로드지부·케이블방송티브로드비정규직지부·한국케이블텔레콤지부가 1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에 따르면 티브로드 서울사업장의 A팀장은 지난달 4일 팀 회의를 진행하는 도중 정규직 조합원을 “역적”이라고 몰아붙였다. 당시 티브로드 원·하청 노동자들은 8월31일 공동파업을 한다고 예고한 상태였다.

노조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A팀장은 “파업하며 그 피해는 우리가 다 받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총동원해서 가만 안 둘 것이다” “우리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인간들(노조)하고 연대하고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진짜 역적행위고 이적행위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A팀장은 “사회적 연대는 좋은 것이지만 피아 구분은 해야 한다. 이 사람들(비정규직)하고 무슨 연대인가. 이 사람들하고는 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관리자니까 안 되고, 나 빼고 가서 (비정규직 조합원과) 한번 붙어서 싸움 한판 해라. 직원들끼리 한번 싸우는 건데 누가 뭐라고 할 거냐”고 했다.

협력업체를 무시해야 한다는 투의 발언도 이어졌다. A팀장은 “협력업체 사장들을 인간적으로 대우해서는 안 된다”거나 “파리바게뜨나 다른 프랜차이즈에 비하면 티브로드가 협력업체에 하는 것은 갑질도 아니다” “협력업체에 대놓고 갑질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A팀장이 이끄는 팀에서는 비조합원이 조합원에게 불만을 표시하며 집기를 부수는 일도 발생했다. 노조에 따르면 비조합원 B씨는 지난달 17일 “파업하면 누가 (회사에) 나오냐” 하며 책상을 발로 차며 위협했다. 최오수 노조 조직국장은 “회사에 아직까지도 군대식 기업문화가 남아 있다 보니 팀원들까지도 폭력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는 당연히 파업할 권리가 있고 회사는 어떤 경우에도 이 권리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희망퇴직 거부하면 부당전보 발령”=이날 노조는 티브로드가 지난해 말부터 세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부당하게 전보조치한 사실을 밝혔다. 티브로드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4·5월 세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노조에 따르면 2·3차 희망퇴직을 거부한 직원 7명이 지난 6월 다른 사업부나 원거리로 발령을 받았다.

심아무개씨는 안양지역 사업부에서 서울본부로 발령받았다. 지부는 “심씨는 안양사업부에서 프로그램 하나를 제작하고 있었다”며 “안양지역 보도제작 기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직급과 경륜이 높은 직원을 발령 낸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장아무개씨는 서울사업부에서 인천사업부로 발령됐다. 지부는 “업무 특성상 관계가 매우 중요한데 인천에서 새로운 업무를 진행하면 성과가 저조할 수밖에 없다”며 “연고도 없는 새로운 지역에서 마케팅업무를 수행하라는 것은 결국 저성과자로 만들어 퇴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최오수 국장은 “발령받은 이들의 출퇴근시간이 6시간이 걸린다”며 “회사가 희망퇴직을 할 수밖에 없도록 우회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노동부에 티브로드와 티브로드 협력업체, 한국케이블텔레콤을 특별근로감독하라고 요구했다. 티브로드 원·하청지부는 이날부터 지회별로 파업을 이어 가고, 국회 앞에서 무기한 노숙농성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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