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사망을 부른 경의중앙선 시운전 열차 추돌사고가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선로 개통시기를 맞추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무리하게 시운전 열차를 추가 투입한 탓에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개량된 열차자동방호시스템 검증 시간을 단축하려 2대를 동시에 시험하다가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추돌사고 발생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측이 아무런 예방조치도 취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시간 아끼려 2대 동시 점검

14일 철도노조는 “사고의 일차적 원인은 신호시스템 오류가 맞지만 근본적 원인은 선로 개통시기에 쫓겨 무리하게 2대의 열차를 동일 선로에 투입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추돌사고는 지난 13일 오전 4시50분께 양평~원덕역 구간에서 발생했다. 시운전 열차 두 대가 충돌하면서 후속열차에 타고 있던 기관사 박아무개(45)씨가 사망했다.

노조 조사 결과 선행열차가 폐색신호기 4호 앞에 정차했지만 관제실 모니터에는 해당 위치에 열차가 없는 것으로 표시됐다. 원덕역 신호기는 후속열차 운행이 가능한 상태로 표시됐다. ‘출발신호기 정지’상태로 정상 작동했다면 후속 열차는 진행하지 않았을 터다. 노조는 후속열차가 진행했더라도 차량시스템이 선행열차를 정상 인식했다면 자동으로 급정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호와 차량시스템 오류가 한꺼번에 발생한 것이다.

김선욱 노조 미디어소통실장은 “시운전을 할 때 두 대를 동시에 투입한 전례가 없다”며 “두 대의 동력차로 해야 하는 기술적 이유가 없었는데도 시간 절약을 위해 안전대책도 없이 무모하게 시운전을 강행한 것이 사고의 근본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코레일은 내년 2월 개최되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올해 12월 인천국제공항~평창 구간을 개통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지난달 22일부터 개량된 중앙선 신호시스템 성능 검증 시운전을 진행했다.

노동부, 철도공사·철도시설공단 작업중지 명령

노조는 “시운전은 정해진 신호에 따라 차량시스템이 정상 작동되는지를 테스트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어딘가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곧바로 추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당시 시운전 방식에 대해 기관사와 사전 협의도 없었고 최악의 상황을 설정하기 위해 속도를 최대한 높여 위험운행을 감행하도록 지시한 정황도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양평에서 서원주 간 열차자동방호시스템을 점검하는 전체 시운전 공정에 대해 전면 작업중지명령을 내렸다. 중지 사업장은 코레일 여객사업본부 기술안전팀과 철도시설공단 기술본부 차량처다.

노동부는 안전·보건 기준 위반 내용으로 △시운전시 접촉·충돌 방지 조치 미실시 △시운전 전에 같은 작업에 대해 사전조사 및 작업계획서 미작성을 지적했다. 노동부는 “사고 원인과 기관별 사후관리대책, 개선방안을 작성해 제출하면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성남지청 사고조사위원회에서 적정성 여부를 판단해 작업중지를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코레일-철도시설공단 통합해야”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상하통합을 서둘러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노조는 건설사(철도시설공단)와 운영사(코레일)가 분리된 철도 시스템 문제를 지적했다. 노조는 “철도시설공단이 선로를 건설하고 일방적으로 시설검증을 요청하면 코레일이 집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철도시설공단의 시운전 계획이 안전한지 여부를 실제 시운전을 하는 코레일 소속 노동자들이 검증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노조는 “분리된 건설과 운영을 통합해 소통과 협업을 이루지 않는 한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사측에 시운전을 계획하고 실행한 책임자를 처벌할 것과 시운전시 노조와 사전에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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