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농협민주노조가 농협중앙회 고객만족 평가제도와 관련해 “노동자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제도”라고 비판하며 폐지를 요구했다.

노조는 13일 오전 광주 우산동 농협중앙회 광주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협중앙회는 노동자들의 업무스트레스를 가중하는 감시제도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농협중앙회는 2008년부터 지역 농·축협을 상대로 CS(Customer Satisfaction)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복장·근무태도·친절도 등을 점검해 10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긴다. 이를 합산해 사업장 경영평가에 반영한다. 반영 비중은 10% 내외다.

특히 외부 인력을 동원한 암행점검 방식이 노동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매뉴얼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노동자들을 스트레스로 내몬다.

노조는 “임신 중이던 여성노동자가 창구에서 과자 한 조각을 먹었다고, 귀가 잘 들리지 않은 할머니에게 큰소리로 얘기했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이 감점을 당하고 지적을 받고 있다”며 “개인 평가를 모아 지점 전체를 평가해 노동자들이 서로를 감시하고, 낮은 점수를 받은 노동자는 상급자로부터 ‘쓸모없는 직원’이라는 식의 모욕을 견뎌야 한다”고 비판했다. 노조가 현장 사례를 조사했더니 일선 창구 한 여성노동자는 CS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뒤 상급자 지시로 3개월 동안 서서 일하기도 했다.

복장과 용모 규정이 지나치게 세부적인 것도 문제다. 노조에 따르면 여성노동자가 네일아트를 하거나, 스타킹을 착용하지 않으면 감점 대상이 된다. 노조는 "복장 상태와 외모 등에 대한 암행감찰은 직원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며 "농협중앙회는 현실에 맞지 않는 CS제도를 폐지하고, 지역농·축협 노사가 자체적으로 제도를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실무진이 현장 의견을 수렴해 내년부터 적용할 새 매뉴얼을 마련하는 중"이라며 "복장 규정에 대한 평가를 없애는 것을 포함해 여러 개선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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