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본부장(변호사)

5월12일부터 꼭 4개월이다. 5월9일 당선 직후 대통령 취임 첫 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전격적으로 방문했다. 해당 사업장 비정규 노동자도 사용자도 사전에 알지 못한 깜짝 방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는 대통령의 일성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다. 실제 현장에서는 발 빠르게 정규직 전환 움직임이 일었다. 양대 노총은 정규직화할 비정규 노동자들을 조직화하는 데 나서고 있다.

“이제야 희망이라는 것을 갖게 됐습니다.” 인천공항을 방문했을 때 어느 연배 많은 조합원이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의 손을 놓지 않고 한 말이다. 비정규 노동자들에게는 20여년 만에 느껴 보는 희망이었으리라. 실제 담당부서인 고용노동부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7월20일에는 소위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과 매뉴얼 행정을 비판하던 이들까지 "이런 내용의 가이드라인이라면 얼마든지 좋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희망과 바람에 찬물을 끼얹는 뉴스가 나왔다. 지난 11일 교육부는 ‘교육 분야 비정규직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무 내용이 없다는 게 발표 내용이다. 4만1천77명 기간제 교원·학교강사 중 ‘무려’ 1천34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유치원 돌봄교실 강사(299명)와 유치원 방과후과정 강사(735명)가 그 대상이다.

그런데 이들 강사는 이미 관련 법령에 따라 정규직 전환이 예정돼 있었다. 결국 4만명이 넘는 선생님 중 정규직으로 전환된, 실질적인 의미를 갖는 전환자는 0명이라는 결론이다. 비정규직 제로가 아니라 전환 0%. 안타까운 결과다.

이런 우려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이른바 임용된 선생님들의 저항이 있었다. 성향 차이를 넘어 지속적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교육부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 각 위원들의 의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심의위원회에 참석했던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홀로 정규직 전환을 주장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당사자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없는 구조의 심의위 운영에 한계를 느꼈다”고 고백했다.

이런 상황을 어찌 봐야 할까. 정부 정책에 정작 교육부와 교육기관이 반기를 든 것일까. 아니면 애초부터 풀 수 없는 고차방정식이었을까. 짧은 머리라 곧장 답을 내기에는 역부족이지만 몇 가지 문제점이 있음은 분명하다. 단언컨대 교육부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너무 성의가 없었다. 핑계처럼 시·도 교육청 심의위원회에 미뤘으니, 무책임하다.

사실 정부 각 부처마다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필자 또한 몇몇 부처에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부분 적어도 1년여 기간 동안 심의를 하겠다고 한다. 상시·지속적으로 유지됐던 일자리와 해당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외주를 줬거나 연구사업을 위해 채용된 자들의 전환기준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은 문제다. 그래서 오래되고 긴급한 숙제지만 숙고하겠다는 취지에 공감했다.

기간제 선생님들의 정규직 전환 문제 또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정말이지 오래되고 어려운 사회문제 중 하나다. 1997년에 사용하기 시작했다고도 하고, 2000년대 초 출산휴가자를 대비한 운용이었다고도 한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이보다 훨씬 오래됐다.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2학년 시절 2학기 담임선생님이 바로 기간제 선생님이었다. 7월20일 정부가 발표한 20만여 전환 대상 중 이들은 다수를 차지한다. 그만큼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신중에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신고리원자력 5·6호기 건설 백지화 공론화위원회 설치에 준할 정도로 신중하고 치밀한 접근이 필요했다. 정부 시책을 핑계로 1~2개월 만에 마무리할 문제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이번 위원회의 결정은 학교현장에 커다란 갈등을 불러오고 있다. 아마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지내 왔던 동료 선생님들의 신분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너무나 ‘철’이 일찍 들어 버린 학생들과 ‘간섭하기’ 좋아하는 학부모들이 ‘기간제 선생님’ 운운하며 나서지 않을까 우려된다. 노동현장의 시선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선언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과연 진정성이 있나” 하는 물음이다.

그래서 다시 해야 한다.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를 다시 열어야 한다.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동일임금 지급’이라는 원칙 아래 모든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 잘못은 빨리 고칠수록 좋다. 비정규직 제로선언 중간점검까지 해 보자.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본부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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