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관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김재주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장이 지난 4일 전주시청 앞 조명탑 20미터 위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지부장은 “전주시장은 법인택시 전액관리제를 즉각 시행하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이미 20년 전에 도입된 전액관리제를 즉각 시행하라니 무슨 의미일까.

택시사업장의 임금제도는 크게 ‘사납금제’와 ‘전액관리제’로 구분된다. 사납금제는 운전자가 매일 택시회사에 정해진 액수의 사납금만 입금하고 사납금을 초과한 운송수입을 개인수입으로 가지고, 택시회사는 운전자에게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만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얼핏 운전자가 사납금을 제외한 나머지 운송수입을 가질 수 있으니 운전자에게 유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하루 10시간이 넘도록 운전대를 잡아도 택시회사에게 입금해야 하는 사납금을 벌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통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 소재 택시회사 사납금은 평균 13만1천원이다. 운전자가 사납금을 전액 입금하지 못하면 택시회사는 부족한 금액을 운전자 급여에서 공제한다. 게다가 택시회사들은 운전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급여를 최소화하기 위해 취업규칙 등에 소정근로시간을 4~5시간으로 규정한 뒤 시간당 최저임금을 적용해 산출한 금액만 급여로 지급한다.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한 운행에 소요되는 가스비는 운전자에게 부담시킨다. 그 결과 운전자들이 한 달 내내 하루 10시간 이상 운전을 하고서도 오히려 사납금 입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택시회사에 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사납금제가 위와 같이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택시회사가 사납금만을 매출액으로 신고함으로써 탈세 등을 자행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자 국회는 1997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을 개정해 택시회사(운송사업자)의 전액관리 의무를 도입했다. 전액관리제는 운전자가 택시회사에 운송수입금 전액을 입금하고, 택시회사는 운전자에게 일정액의 월급을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나아가 2014년 개정된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택시발전법)에는 택시회사가 운전자에게 가스비·세차비 등을 부담시켜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대부분 사업장에서 전액관리제는 시행되지 않고 있다. 여객자동차법이 전액관리제 위반시 운수사업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택시회사들은 여전히 사납금제를 시행하거나 변형된 전액관리제를 통해 실질적으로 사납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감독기관이 제대로 된 감독과 처벌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택시지부는 2014년 3월 전주시에 전액관리제 시행 및 위반사업주 처벌 등을 요구하며 출근투쟁을 시작했다. 같은해 12월부터는 전주시청 앞에서 농성을 했다. 사업주로 하여금 법률이 규정한 의무를 준수하도록 하고 그 의무를 위반한 사업주를 처벌해 달라는 요구였지만 출근투쟁은 684일, 농성은 403일이나 계속해야 했다. 지난해 2월5일에 이르러서야 전주시가 외부용역을 통해 전액관리제 시행에 관한 표준안을 마련하고, 전주시내 택시회사와 각 사업장 노조가 이를 수용한다는 내용의 중재안이 마련됐다.

그런데 2개 대학 산학협력단이 1년여 동안의 연구를 거쳐 올해 4월 최종 용역보고서를 제출했으나 전주시는 수령하지 않았다. 택시회사들이 도산 우려 등을 구실로 중재안에 따른 합의를 번복하고 전액관리제 시행에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대놓고 법을 위반하겠다는 사업주들을 처벌하기는커녕 그들의 손을 들어주는 전주시의 모습을 보고 김재주 지부장이 선택한 마지막 방법이 전주시청 앞 상공에 올라 법을 지키라고 외치는 것이었다.

국가·지자체나 공공기관 등을 상대로 소송을 수행하다 보면 상대방 서면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문구 중 하나가 “법률에 따르면” “규정에 따르면”이다.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이해하지만 법률에 따르면, 규정을 지키자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노동자가 목숨을 걸고 20미터 상공에 올라 공무원을 향해 법률을 지키라고 외쳐야 하는 모순되고 부조리한 현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법률에 따르면 너무나 명확하다. 전주시장은 법률에 따라 법인택시 전액관리제를 즉각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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