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우람 기자
KB금융지주에 속한 7개 계열사 노조들이 회사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연임 찬반을 묻는 여론조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파장이 예상된다.

KB금융노조협의회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설문조사 과정에서 사측 개입이 상당히 의심된다"며 "회사가 사내 익명게시판으로 여론조작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이달 5일부터 이틀간 KB금융지주에 속한 직원 1만6천101명을 대상으로 윤종규 회장 연임에 관한 의견을 묻는 인터넷 설문조사를 했다. 윤 회장은 임기는 올해 11월까지다. KB금융지주 확대지배구조위원회는 윤 회장을 포함해 차기 회장 후보군 7명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회에 따르면 찬반투표 막바지인 6일 오후 3시 무렵까지 80% 수준의 연임반대 의견이 서버에 정상적으로 접수됐다.

그런데 같은날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17개 IP에서 무려 4천282개의 설문이 이뤄졌다. 이 중 99.7%가 윤종규 회장 연임에 찬성한다는 의견이였다. 기존 20% 정도였던 찬성 의견이 5배 급증한 것이다.

협의회는 “17개 IP에서 4천번 이상 설문에 참여하려면 일반인이 알기 쉽지 않은 ‘쿠기 삭제’ 후 재설문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결과를 왜곡하려는 의도 없이는 몇백 건씩 동일한 의견으로 설문에 참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1개 IP에서 최대 551회 설문에 참여한 기록이 발견됐다. 이로 인해 81.4%의 연임반대 의견은 50.2%로 급락했다.

협의회는 KB금융지주 최대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이 사내 여론 조작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는 “은행이 윤종규 회장 연임에 긍정적인 여론 형성을 위해 본점 특정 부서 직원들을 동원해 사내 익명게시판에 회장을 옹호하고 노조를 폄하하는 글을 조직적·반복적으로 게재한 것이 일부 직원의 실토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윤종규 회장을 업무방해와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회사 개입 사실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진실규명을 위해 노사 공동조사를 요구한다"며 "익명으로 자유롭게 직원 간 의견개진을 할 수 있는 토론공간에서 연임 찬성 또는 반대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사내 여론 조작을 시도했다는 협의회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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