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묵 SK이노베이션노조 위원장

지금까지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치열한 임금교섭을 통해 인상률을 정해 왔다. 그러나 정부 정책이나 사회적 환경에 따른 대기업 임금 억제로 지불능력과 상관없이 물가상승률만큼 인상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교섭 과정에서 노사 간 대립과 갈등만 있었을 뿐 조합원 삶의 질은 저하됐다.

과거 교섭 경험을 되돌아보면 대기업 고임금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임금인상에 난항을 거듭했다. 10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만큼의 인상률도 확보하지 못했다. 이런 문제는 정부 정책으로 인해 심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교섭에서 몇 가지 원칙을 정했다. 첫째, 최소한 물가상승률만큼은 임금을 인상한다. 둘째, 노사가 대립하고 갈등하는 비효율적인 교섭보다는 노사가 인정한 소비자물가 지표와 연동해 임금인상을 하고 조합원 복지를 실질적으로 향상한다. 마지막으로 이를 바탕으로 노동 존중과 배려의 노사신뢰 문화를 정착하는 전환점을 만든다.

이론적으로 물가가 상승한 만큼 임금이 올라야 삶의 질이 저하되지 않는다. 물가상승만큼 임금이 오르지 않는다면 임금이 삭감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최소한 물가지수와 연동해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

그동안 물가상승만큼의 실질적인 임금인상조차 되지 못한 것은 SK이노베이션이 대기업이라는 이유에서다. 소득양극화 해소라는 명분으로 대기업 노조를 집단이기주의 세력으로 몰아가는 정부의 여론을 통한 임금 억제에 노출됐다. 지불능력과 상관없이 임금인상 억제정책과 사회적 여론에 희생당한 셈이다. 이런 곱지 않은 시선 탓에 소비자물가지수를 밑도는 임금인상을 했다. 임금이 삭감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기업이라도 최소한 물가지수만큼은 임금을 올려야 평상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투쟁을 통해 임금을 올릴 수도 있지만 기업 환경은 제각각이다. 각 기업의 임금교섭 방식은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 인상률이 아니라 얼마만큼 인상돼야 적정한지가 중요하다. 임금인상률이 같더라도 임금구조가 기업마다 달라 숫자는 의미가 없다. 각 사업장 환경에 따라 임금이 인상되는 것이 맞다고 본다.

SK이노베이션은 대기업군에 속한다. 고임금 사업장으로 분류돼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임금 흐름을 보고 미래를 예측하면 임금인상률이 점점 낮아질 수밖에 없다. 임금 삭감 사업장이 돼 가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와 연동해 최소한의 임금인상을 이룬다면 조합원 임금을 안정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판단한다. 더욱이 소득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창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대기업 노조로서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동참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다.

임금은 이념과 사상 문제가 아니다. 부당노동행위·부당인사·노조탄압처럼 옳고 그름에 관련된 문제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단호하게 투쟁해 나가야 한다. 반면 임금은 이념과 사상으로 접근하는 것보다 실질적인 안정을 통해 조합원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노동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전제로 노사 간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소비자물가지수만큼의 인상도 어려운 실정에서 물가와 연동한 임금으로 안정적인 인상률을 유지함과 동시에 기타 복지향상을 통한 삶의 질을 높여 나간다면 노동자 삶은 향상될 것이다. 안정적인 노사문화는 노사 신뢰의 기틀이 된다.

새롭게 시도하는 임금교섭 방식과 과거 노사 간 임금교섭 방식 중 어느 것이 조합원에게 득이 되는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다만 찬반투표 결과 조합원 73.5%의 찬성률로 노사 임금협약안을 가결했다. 조합원들의 결정을 존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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