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지난해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하며 당근책으로 쓴 인센티브 1천600억원이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공익재단으로 재탄생한다. 노동계의 제안으로 시작된 공익재단 설립에 정부가 기금 마련과 지속을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 설립 추진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고용노동부가 후원했다.

“재단이 노동존중 사회 정책 마중물 역할 할 것”

발제를 맡은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재단과 관련해 “성과연봉제 강제 도입은 내용과 절차가 모두 문제 투성이인 대표적 노동적폐였다”며 “정부 정책 실패에 따른 부당이익을 사회화하는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공대위가 설정한 인센티브 기금 사용 방향은 기본적으로 비정규직 차별해소와 좋은 일자리 창출 같은 공익 목적이다. 국민을 위한 공공기관 개혁 연구를 진행하는 데에도 활용한다. 재단 설립을 통해 △비정규직 처우개선 △일자리 창출 △고용·노사관계 개선 △사회공공성 등 분야 사업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이정희 부연구위원은 “공익재단은 정부의 노동존중 사회 정책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며 “정부는 재단 설립과 운영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노동존중 사회 실현과 일자리 창출, 민주·인권 회복 공약과 재단 역할이 상응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올해 공익재단 설립이 사회연대기금 역사의 새로운 양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연대기금은 지난 2004년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외환위기 이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노동조건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그러나 재계 반대로 일부 사업장에서만 합의가 됐고 사회적 파급효과는 미약했다. 2007년에는 ‘아름다운 합의’로 불리는 보건의료노조의 산별합의가 있었다. 노사가 마련한 323억원을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거나 처우를 개선하는 데 사용했다. 총 5천543명의 비정규직이 혜택을 봤다. 그러나 이후 보건의료산업사용자단체 해체로 지속되지 못했다.

지속가능한 연대기금 되려면

이정희 부연구위원은 “그동안 공론화 과정만 거쳤던 연대기금의 첫 삽을 뜨게 된 것”이라며 “공공부문에서 출발해 보건의료산업과 금속산업 등 다른 산업으로 확장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정규직 임금인상분의 일부를 정규직화와 일자리 창출에 사용하기로 결의했고, 금속노조도 노사 공동 사회연대기금을 출연을 사측에 제안했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이 부연구위원은 “재단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공익재단 기금 출연과 경영평가를 연동해야 한다”며 “이를 통한 공익재단 참여 확대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재단이 자리를 잡으려면 지속적인 노정 대화 테이블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창규 공대위 집행위원장은 “기금 취지는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청년일자리 확대지만 이는 일부 기금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며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노사정 협의와 노정교섭을 갖고 제대로 된 활용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공대위는 이날 오후 같은 장소에서 공공기관 노정교섭·정책협의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도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노정교섭을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하기 위해 중앙 차원의 ‘정책협의’와 업종 차원의 ‘집단교섭’으로 교섭 틀을 중층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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