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상신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예상대로 노조가 승소했다. 패소한 회사측은 9월 동안 주말특근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회사가 생산을 포기하는 결정은 여간해서 사례를 찾기 어렵다. 회사가 이번 일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방증이다. 노동계 시각으로 보면, 특근을 중단한 회사 결정은 손뼉 칠 만한 일이다. 그런데 금속노조 기아차지부의 속사정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특근을 줄이겠다는 회사 결정은 생산을 해외공장으로 옮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 때문이다. 회사가 생산을 무기로 노동자 고용을 위협하는 일이 실제 벌어질 수 있겠구나 싶다. 혹여라도 이런 우려가 현실화한다면 노동시간단축이 좋은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는 생각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기아차는 2013년 주간연속 2교대를 도입해 노동시간을 대폭 줄였다. 이전에는 하루 2시간씩 의무적으로 연장노동을 했다. 주간연속 2교대를 하면서 노동시간은 하루 평균 8.5시간으로 줄었다. 지난해부터는 하루 8시간으로 단축시켰다. 이처럼 주간연속 2교대로 노동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주간연속 2교대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주간연속 2교대는 신규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는 모델이다. 원칙적으로 보면 연장노동시간이 줄면 생산량과 임금이 감소해야 한다. 노사가 선호하지 않는 방식이다. 노사 모두 손해 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사는 생산량과 임금을 동시에 보전하는 모델로 주간연속 2교대를 설계했다. 이를 ‘비용중립성’이라고 표현했다. 비용중립성은 노동시간을 줄이더라도 추가 비용이 들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 원칙 때문에 노동시간을 줄이면서도 신규일자리는 창출하지 못한 것이다. 주간연속 2교대가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그렇다면 통상임금은 주간연속 2교대가 완성하지 못한 신규일자리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주간연속 2교대를 도입하는 과정을 보면 신규일자리를 늘릴 수 있었는데도 노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았다. 예를 들면 24시간 근무하는 공정이 있는데 지금도 그 공정은 2교대로 운영된다.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평균 노동시간은 연간 3천시간이 넘는다. 이런 공정은 3교대로 전환해야 하는데 노사 모두 부정적이다. 2교대에서 3교대로 전환하면 신규일자리가 생기지만, 기존 근무자는 노동시간 감소로 임금이 줄어들게 된다. 회사도 사람을 한 명 더 쓰는 것보다 연장노동을 하는 것이 비용절감에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곳은 통상임금이 상승하게 되면 연장노동수당 부담이 증가한다. 노사가 신규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설 수 있다.

신규일자리를 늘리는 방법은 연차휴가에서도 찾을 수 있다. 통상임금으로 인건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연차수당이다. 기아차는 연차수당 할증률이 50%다. 몇 해 전 연구에서 기아차 노동자들이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고 수당으로 보상받는 일수가 평균 30일 정도로 분석됐다. 통상임금이 상승하면 연차수당이 60% 이상 증가한다. 이렇게 되면, 노동자들은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이는 불을 보듯 뻔하다. 노동자들이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는 데에는 회사 책임도 크다. 노동자들이 연차휴가를 한꺼번에 가면 생산일정에 차질을 빚는다는 이유로 연차휴가 사용을 촉진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이는 작업공수를 계산할 때 노동자 연차휴가일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노동자들의 연차휴가일수를 모두 소진하는 것을 전제로 작업공수를 계산하면 추가로 신규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통상임금 판결에서 노조가 승소했다고 마냥 기뻐할 처지는 아니다. 노조가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노동시간을 줄이지 않으려는 조합원과 싸워야 하고, 물량을 해외로 빼서 신규일자리를 늘리지 않으려는 회사와도 싸워야 한다. 통상임금을 ‘승자의 저주’로 만들지 않으려는 전략이 필요한 시기다.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imksgod@gmail.com)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