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한시적 일자리여서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라고 하지만 공공도서관 개관시간 연장사업은 정부가 재정지원을 중단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게 아니에요. 평창동계올림픽처럼 사업의 시작과 끝이 명확한 사업이 한시적 일자리죠. 10년간 지속된 사업이 어떻게 한시적 일자리인가요?”

정미옥(가명)씨는 6년째 공공도서관 개관시간 연장사업 기간제로 일하고 있다. 매년 근로계약을 맺었지만 사업이 끝날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개관시간 연장사업은 대국민 서비스 확대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적하에 10년째 지속되고 있다. 정씨는 "7월20일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나왔을 때만 해도 정규직 전환 기대가 컸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대는 곧 무너졌다.

“가이드라인이 나왔을 때 한시적 업무는 제외된다고 했지만 일말의 기대가 있었어요. 상시·지속업무니까요. 도서관 개관시간 연장사업은 기간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잖아요.”

“기대가 한순간 실망으로”

3년째 공공도서관 개관시간 연장사업 기간제로 일하는 김영숙(가명)씨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소식을 듣고 “황당했다”고 했다. 김씨는 “가이드라인 발표 직후 주위에서 ‘정규직 전환 1순위다’ 혹은 ‘전환은 당연한 거다’는 얘기를 듣고 기대를 가졌다”며 “하지만 노조와 언론 기사를 통해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이해가 안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은 실업대책 일환으로 추진되는 재량사업으로 정부가 지원을 중단하면 없어지는 한시적 일자리”라며 “원칙적으로 반복참여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동자들은 개관시간 연장사업이 정부 재정지원 일자리에 앞서 상시·지속업무이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씨는 “개관시간 연장사업이 1~2년 된 것이 아니다”며 “10년째 지속되는 사업이 어떻게 한시적 일자리냐”고 반문했다.

노동자들은 개관시간 연장사업이 취업취약계층에 일 경험을 제공해 더 나은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는 매개적 일자리라는 취지와 달리 사서 자격증이나 관련 학과 졸업 등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취업할 수 있다는 점도 정규직 전환 대상이 돼야 하는 이유로 꼽는다.

실제 A시 공공도서관 개관시간 연장사업 채용공고(기간제)를 보면 응시자격은 △A시 기간제 근로자 관리규정의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한 자 △주민등록상 A시 거주자 △야간 및 주말근무 가능자이며, 우선선발기준은 △문헌정보학과 혹은 관련학과 전공자 및 사서자격 보유자 △도서관 근무 경력자 △유사자격증 소지자다. 채용모집공고에 ‘취업취약계층, 청년층(39세이하) 우선선발’을 명시해야 하지만 이런 내용은 없다.

개관시간 연장사업 기간제 노동자는 지자체 소속이다. 정미옥씨는 “성남시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정부 가이드라인 발표 전에 적격심사를 거쳐 정규직 전환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정부가 원칙만을 고수하며 가이드라인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경기도 전체 개관시간 연장사업 지원을 받는 야간연장인력 중 8.8%(31명)가 무기계약직이다. 2회 이상 재취업한 비율은 43.1%나 된다.

김영숙씨는 “공무원을 시켜 달라는 것이 아니다”며 “상시·지속업무를 하는 우리가 매년 계약을 갱신하며 고용불안에 떨어야 하는 현실은 옳지 않다. 고용안정 하나를 원한다”고 호소했다.

“노동자 이동 실제로는 없어”

가이드라인을 보면 정부 재정지원 직접일자리사업이라도 상시·지속업무로 운영되고 일정한 자격요건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아 일정한 기간을 두고 근로자를 다시 선발해서는 사업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면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된다.

문체부 도서관정책기획단 관계자는 “노동부에 문의한 결과 개관시간 연장사업은 정부 재정지원 직접일자리사업이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답변을 들었다”면서도 개관시간 연장사업이 상시·지속업무라는 것은 인정했다. 문체부는 2012년 도서관 개관시간 연장사업을 상시·지속업무로 분류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경과적 일자리는 쉽게 말해 취업취약계층에게 돌아가면서 일자리를 제공해야 하는데 사서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취업준비생이 많지 않다 보니 지역적 상황에 따라 반복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내년에도 사업이 계속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체부가 사업 주체지만 노동부 가인드라인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원칙적으로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노동부 공무원노사관계과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에서 정부가 재정을 직접 지원하는 일자리 창출사업은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정하지 않고 있다”며 “국가가 재정을 직접 집행하는 직접일자리 사업은 대개 반복 참여를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공공도서관 개관시간 연장사업이 경과적 일자리냐는 질문에는 한발 물러섰다. 노동부 또 다른 관계자는 “문체부에서 경과적 일자리의 정규직 전환 여부를 질의해 ‘아니다’고 했을 뿐”이라며 “개관시간 연장사업이 경과적 일자리인지 여부는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에서 판단하는 것이며, 노동부가 특정 직종에 대해 전환하지 말라고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개관시간 연장사업이 상시·지속업무이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은 “소관부처의 공문이나 산하기관에 시달하는 사업방침은 단지 해당 업무의 법률적 성격을 인정하는 것이지 규정하는 것은 아니다”며 “경과적 일자리는 일자리 제공 그 자체가 주된 사업의 목적으로서 임시적·한시적 일자리 제공인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하며 개관시간 연장사업은 10년간 지속된 사업이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강동화 민주일반연맹 사무처장은 “가이드라인의 대전제는 상시·지속업무를 정규직으로 전환해 비정상적인 고용형태를 외환위기 이전 상황으로 돌려놓겠다는 것”이라며 “문체부 스스로 개관시간 연장사업을 상시·지속업무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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