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장거리 비행과 야간 비행 등 과중한 비행 스케줄에 시달리다 숨진 항공사 사무장에 대해 업무상재해를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김정중)는 국내 항공사 사무장 A씨(사망당시 42세)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월6일 독일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회사로 출근하다 주차장에 세워진 자신의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재판부는 A씨가 과중한 업무에 따른 과로와 스트레스로 평소 앓고 있던 고혈압이 악화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A씨는 사망 전해인 2015년 248차례, 월 평균 109시간21분을 비행했다. 사망 전 3개월간은 평소보다 긴 월 평균 114시간씩 비행기를 탔다. 숨지기 석 달 전인 2015년 10월에는 야간에만 42시간35분 비행하는 등 총 비행근무시간이 123시간을 넘어서기도 했다.

재판부는 "A씨는 사망 전 3개월간 평소보다 늘어난 비행근무를 했다"며 "(소속) 항공사 전체 승무원 평균 비행시간보다 많고, 장거리·야간 비행 등으로 업무 부담이 가중됐다"고 밝혔다. 근무시간뿐만 아니라 업무강도와 책임, 휴무시간 같은 근무환경을 고려해도 A씨 업무가 과중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는 비행 안전에 관한 긴장감을 유지한 채 승객의 다양한 요구에 친절히 응대해야 했다"며 "주된 업무공간인 비행기 내부는 지상보다 기압이 낮고 소음과 진동이 지속하며 휴식처가 협소해 근무환경이 매우 열악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국제선 장거리 비행을 하는 경우 불과 며칠 사이에 밤낮이나 계절이 바뀌는 등 신체가 적응할 새도 없이 생활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된다"며 "객지에서 1∼2일 휴식시간은 건강상태에 따라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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