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 라이더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이 서울시가 주최한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 참석차 방한해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7일 돌아갔다. 나흘간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회의장,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한 정·관계 인사들과 한국노총·민주노총·한국경총 등 노사정 관계자들을 만났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포함한 국제노동기준 준수를 촉구했다. 특히 국제포럼에는 국내외 전문가와 국제기구·해외 도시정부 관계자 40여명이 참석해 ILO의 좋은 일자리 전략을 도시 차원에서 세계적으로 확산하자고 다짐했다. 가이 라이더 사무총장 방한과 국제포럼은 어떤 성과를 남겼을까. 노사정 관계자들에게 들었다.

노동정책 패러다임 변화 가능성과 과제 확인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미래지향적이고 사회통합적인 노동정책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 있다. 첫 번째 일자리를 중심으로 포용적인 노동시장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두 번째로는 중앙정부가 모두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정부를 포함해 이해 당사자까지 포함하는 분권화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4차 산업혁명이나 경제디지털화와 같은 도전 앞에서 국가수준을 넘어서는 새로운 거버넌스가 작동해야 한다.

이번 국제포럼은 이런 인식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서울시가 중심이 돼 더욱 그렇다. 서울시는 ILO가 강조한 좋은 일자리를 한국적으로 적용하면서 보다 창조적이고 도시 중심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왔다. 이번에 이런 것들을 확인했다. 사회통합을 추구해 온 서울시만의 문제인식이 궁극적으로는 ILO와 일맥상통하고 보편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급격한 기술변화가 불러올 변화는 노동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노동이 무너지지 않고 지속가능하기 위해 모색을 시작해야 한다는 인식의 교두보도 마련했다고 본다. 새로운 결의를 다졌고 방향성도 설정했다.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확인한 행사였다.


서울시 노동존중 도시 세계로 확산시킬 것
정진우 서울시 일자리정책담당관

정진우 서울시 일자리정책담당관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노동자의 권리가 취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서울시는 지난 5년간 ‘노동존중 특별시’를 표방하며 새로운 노동정책을 통해 비정규직 정규직화, 생활임금 도입, 취약노동자 보호 등에 앞장섰다. 이러한 성과를 보다 더 확산시키기 위해 서울시는 지난 5~6일 이틀간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이를 통해 중앙정부와 다른 해외 도시들이 같이할 수 있는 동력을 마련했고, ILO가 적극 지원해서 서울선언도 공동 작성했다. 이번에 ILO와의 협력관계를 만들었으니 앞으로 좋은 일자리와 노동존중 도시의 실행력 있는 확산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도 노동존중 사회를 위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특히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가 이번 기회에 더욱 이슈가 되고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시는 앞으로 좋은 일자리와 노동존중 사회를 위해 앞장서 아시아에서 노동기본권 확산을 위한 허브 도시가 되길 희망한다. 또한 서울시는 서울선언에 참여한 세계의 도시들이 좋은 일자리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상설적 협의체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도시 간 국제기구로 발전하도록 로드맵을 위한 첫 발을 뗐다. 앞으로도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를 위해 서로 협력해 갈 것이다.


사회적 대화, 말보다 실천이 중요
강훈중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장

강훈중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장

지난 5일과 6일 양일간 서울시 주최로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이 열렸다. 이번 행사에서 서울을 포함한 도쿄·뉴욕·런던·상파울루 등 세계 10개 도시정부는 ILO의 좋은 일자리 전략을 각 도시에서 실천하기로 다짐했다. 4일에는 영국 노동운동가 출신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이 한국을 방문해 국제포럼에 참가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과 노사정 대표자를 만났다. 매우 의미 있는 일들이었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은 남는다. 서울시가 표방한 좋은 일자리 포럼을 국내 다른 도시와 함께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지금도 많은 지역의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몰려들고 있다. 서울에 좋은 일자리가 더 많이 생기면 지방에서 서울로 오려는 사람들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서울시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그동안의 좋은 일자리 정책 성과를 국내의 다른 지역 도시들과 공유하고 함께 추진한다면 전국적으로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기고 서울과 지방 간 균형발전도 이뤄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사회적 대화다. 좋은 일자리 국제포럼에서도 나왔고, 가이 라이더 사무총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만남에서도 나온 얘기다. 사회적 대화를 해야 좋은 일자리도, ILO 핵심협약 비준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사회적 대화를 안 해서 좋은 일자리를 못 만들고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못한 걸까? 아니다. 수없이 합의했지만 정부가 깼고 실천이 제대로 안 됐다. 예를 들어 2020년까지 연간노동시간을 1천800시간대로 줄이자는 노사정 합의가 있었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실행을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사회적 대화를 얘기하기에 앞서 과거 합의사항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살펴보고 이행 안 된 합의사항 이행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노동기본권 보장방안 준비해야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

서울시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은 81만개 좋은 일자리 창출을 모토로 내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지방자치단체가 진행한 의미 있는 국제행사였다. 이미 차고 넘치는 비정규직 일자리를 공공부문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정부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자체가 지금 당장은 물론 미래에 닥쳐올 일자리 위기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 이번 포럼이 의미 있는 문제를 던졌다. 비단 중앙부처와 중앙행정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지자체도 비정규직 확산의 주범 역할을 해 온 것은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지자체에 고용된 직접고용 계약직, 기간제 비정규 노동자는 물론 각종 위탁·용역업체를 통해 간접고용된 비정규직의 노동조건은 민간기업에 못지않게 열악하다. 그동안 일자리·고용정책에서 지자체는 중앙정부의 지침과 가이드라인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도시 구성원 모두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좋은 일자리가 가장 기본조건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기에 지자체가 스스로 비정규직·나쁜 일자리를 없애는 데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 명제가 이번 포럼을 통해 더 많은 지역으로 확산되길 바란다. 덧붙여 좋은 일자리는 노동기본권이 전면적으로 보장되고 보호되는 일자리여야 한다. 민주노총은 이번 포럼을 통해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을 만나 일관되게 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전면개정이 시급함을 역설했다. 국제적 수준에 못 미치는 한국의 노동기본권 개선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비정규직 일자리를 노동기본권이 보장된 정규직 좋은 일자리로. 이것이 이번 포럼이 정부와 민주노총에게 던져 준 과제다.


정부의 노동존중 사회 실천 의지 알린 계기
정민오 고용노동부 국제협력관

정민오 고용노동부 국제협력관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 방한은 노동기본권에 관한 국민 인식을 제고하고 ILO 협약 비준을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통해 추진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4일 가이 라이더 사무총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국제노동기준에 맞게 국내 노동법을 정비하는 문제는 다양한 이견이 존재하는 만큼 사회적 대화를 통해 양보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노동부는 앞으로 ILO 협약 비준을 위한 정부 대안을 마련한 뒤 노사정 대화와 타협을 통해 추진해 나갈 것이다.

특히 ILO 사무총장이 정부의 공식 초청을 받아 방한한 것은 의미가 크다. 가이 라이더 사무총장은 방한 기간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한 다양한 정관계 인사들을 만났다. 노동기본권은 이념의 잣대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 인권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인식이 국민 사이에 널리 퍼지는 계기가 됐다.

밖으로는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포함한 우리나라 정부의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한 노력을 ILO 사무총장을 통해 세계 각국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가이 라이더 사무총장도 이번 방한에서 한국 사회가 많이 변했고 노동기본권 신장을 이룰 좋은 환경에 있다고 평가했다. ILO와 국제 사회가 바라보는 한국 정부에 대한 인식도 한층 높아졌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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