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제가 LG유플러스 고객인데요. 인터넷 설치하러 온 기사님과 이런저런 말을 하다가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늘 시간이 부족한 기사님을 방해한 것 같았거든요.”

7일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본사 앞 도로에서 LG유플러스 인터넷 설치·수리기사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증언하고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10여명의 노동자들이 자리를 깔고 앉아 발언을 들었다. 5개월 넘게 임금·단체협상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는 간부를 중심으로 이곳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이날로 7일째다. 노동자들은 △생활임금 보장 △안전장비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지부는 특별한 행사를 마련했다. 12시간 동안 필리버스터(이어 말하기)를 진행하기로 한 것. 노조·지부 간부 등은 이날 오전 한 사람당 30분에서 1시간씩 발언했다. 오후에는 시민·사회단체들이 합류했다. 박대성 노조 공동위원장은 한국 사회의 비정규직 문제를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현재 한국은 1천만명이 넘는 비정규직이 있는 상식적이지 않는 사회”며 “현장에서 먼저 노조를 조직한 비정규 노동자들이 성과를 낸다면 노조조차 갖지 못한 비정규직들에게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 설치·수리기사들에게는 작업중지권이 없거나 있어도 실효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원청인 LG유플러스가 기사들의 안전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재원 지부 정책부장은 협력업체가 임금인상·고용안정·안전보장을 이뤄 낼 수 없다면 LG유플러스가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재원 부장은 “예전에 노조를 만들기 전 동료가 자신이 산 사다리로 전신주 작업을 하다 떨어져 다친 적이 있다”며 “지금도 협력업체가 튼튼한 안전장비를 제공하지 않아 작업하다 다치는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고정급 비중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임금을 인상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LG유플러스 설치·수리기사들은 기본급 138만원(통상급 148만원)에 실적급을 더해 평균 207만원 정도를 받는다. 지부는 11일까지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지회 순환파업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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