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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MBC 파업의 진정한 승리를 기원한다
   
▲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얼마 전, 2006년에 해고된 KTX 승무원 투쟁을 다루는 <PD수첩> 제작진과 인터뷰를 했다. 그 인터뷰를 마치고 PD는 조용히 말했다. "아마도 제작거부에 들어가게 될 것 같아요. 그래서 방송이 미뤄질 수도 있어요"라고. 그때 나는 대답했다. "그래도 좋아요. 비정규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방송에 나오는 것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러분들이 이겨서 방송사를 변화시키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응원할게요." 조심스러운 내 대답에 그분들의 눈이 빛나는 것 같았다. 그들은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지난 4일 KBS와 MBC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했다. 이 파업에서 노동자들이 승리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노동자들은 그동안 언론을 믿지 않았다. 노동자들이 파업할 때 언론은 늘 경제손실과 불편함만을 보도했다. 왜 노동자들이 집회를 하고 파업을 하는지는 언론을 통해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런데 투쟁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은 언론을 간절히 원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쫓겨난 비정규 노동자들은 파업의 힘을 갖기도 어려웠고 법도 노동자들의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자신들의 억울함이 제대로 알려져서 여론이 회사를 압박하기를 고대하곤 했다. 하지만 언론이 비정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해 왔기에, 비정규 노동자들은 때로는 여론을 만들고자 높은 곳에 올라가고 단식을 하는 등 극한 투쟁으로 자신을 내몰았다.

방송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니, 가진 자들의 목소리만이 세상에 들린다. 삼성이 언론사 기자들을 관리한 내역을 보면서 방송이 왜 이렇게 비정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해 왔는지 알게 된다. 방송과 대기업은 일종의 기득권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진실을 왜곡하는 보도도 문제지만, 아예 보도하지 않고 침묵함으로써 극한 투쟁을 하는 이들을 없는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현실은 더 문제였다. 그런 현실에 좌절했던 비정규 노동자들은 언론적폐를 청산하고 방송의 사회적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투쟁하는 방송사 노동자들에게 연대의 마음을 보낼 수밖에 없다. KBS와 MBC 노동자들이 반드시 이기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 파업이 단지 언론부역자를 몰아내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방송이 지금처럼 망가진 것은 경영진이 부정의한 정권과 결탁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외주제작이 넘쳐나며 저항하거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비정규직으로 가득한 현실에도 원인이 있다. 지난달 30일 불안정노동철폐연대가 주최한 "파견법은 왜 악법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한 방송사 비정규직은 파견노동자가 너무 많이 늘어나 이름조차 기억하기 어렵다고 했다. 쉽게 해고된 그 자리를 다른 파견노동자가 메울 때,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자신의 모습에 좌절감을 느낀다고 했다. 현재 방송사에는 파견노동자들이 큰 축을 형성하고 있다. 외주제작 노동자들, 파견으로 일하는 AD와 FD, 그리고 특수고용직이 많은 방송작가 등 비정규직이 점점 늘어난다.

<혼술남녀> 조연출이었던 이한빛 PD는 비정규직·외주노동자들에게 비합리적인 요구를 해야 하는 자신에게 절망하며 목숨을 끊었다. 방송을 만드는 사람이 더 이상 그 방송사의 노동자가 아니고, 방송노동자 사이에 갑을관계가 형성되면서 관계가 파괴될 때, 노동자들은 불합리한 현실에 저항하기 어려워진다. 이번 파업 이전에 제작거부에 동참한 <시사매거진 2580> 작가들은 '파견회사로 출근하라'는 요구를 받았고 결국 권고사직을 통보받았다. 제작거부에 들어간 지 2주 만에 쫓겨난 것이다. 이렇게 비정규 노동자들은 방송사의 한 구성원이면서도 파업에 동참하려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언론적폐 청산은 방송제작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도 노동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이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때 가능하다. 방송사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의 권리와 공정언론을 만드는 운동이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번 KBS와 MBC가 언론부역자들을 쫓아내고 방송을 정상화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거기에서 그치지 않기를 또한 바란다. 방송이 약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고 사회를 제대로 세우는 데 일조하려면, 방송사 안에서 무권리 상태로 일하는 노동자들이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함께해야 한다. 이 파업 과정에서, 그리고 파업에 승리한 이후 그 여세를 몰아 방송사 비정규직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데 힘을 모으기를 바란다. 그래서 결국 방송사 노동현실을 바꾸는 데까지 나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김혜진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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