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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 참관기
   
▲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본부장(변호사)

회의장이 가득 찰 정도로 많은 인파다. 근래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보인 회의가 있었을까? 바로 서울시가 주최한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 개회식 모습이다. 5일과 6일 양일간 서울시를 “좋은 일자리 도시”의 모델로 소개하고 발전시키고자 포럼을 열었다. 특히 <매일노동뉴스>가 행사를 주관해 깔끔한 진행을 선보였다.

이 포럼은 그 주제나 참가자 등 많은 면에서 인상적이다. 학회에서 노동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는 심심치 않게 보긴 한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서 하는 경우는 볼 수가 없었다. 그것도 지방정부다. 수도라고는 하지만 지방정부다. 주제는 더욱 신선하다. ‘노동’이지 않은가. 인구의 대다수가 도시에 살고 ‘노동자’로 살아가는데 정작 노동자인 우리 자신들은 ‘노동’에 무관심하다. 이러한 현실과 문제의식을 서울시가 제때 제대로 선점했다.

참가자 중에는 단연 가이 라이더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이 주목을 받았다. 오랜 기간 국제노총(ITUC)에서 활동하고 두 차례 사무총장을 역임하면서 더러 우리나라를 방문한 일은 있지만 노동기구나 노동단체가 아닌 지방정부 행사에 온 일은 흔한 일은 아니라고 한다. 그의 짧지 않은 기조연설과 폐막식 발언도 뜻깊었다. 단순한 축하 인사가 아니라 100주년을 맞이하는 ILO 위상과 사업 소개에 더해, 그가 한 발언의 요지는 “모든 나라는 ILO 핵심협약을 비준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가 추진한 노동정책은 얼마 지나지 않아 크게 평가받을 것이라는 어느 전문가의 평을 본 적이 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올해 초까지 중앙정부는 서울시 노동정책을 사사건건 문제 삼았다. 박 시장이 소속 정당이 달랐다는 이유다. 청년수당 문제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및 생활임금 정책에 이르기까지. 연이은 지하철 산재사고는 값비싼 비용을 치렀지만 신속하고도 적극적인 대응이 돋보였다.

변변한 노동정책조차 찾기 어려운 엄혹한 시절임에도 중앙정부에 맞서 노동과 시민을 위한 꾸준한 노력이 있었다. “서울시의 노동정책이 공약에 반영돼 현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을 이끌고 있다”는 것은 공인된 사실이기도 하다. 만약 서울시가 없었다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지만, 지난 9년을 거치면서 노동 담론은 완전히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이번 포럼에서도 잠깐 언급됐지만, 서울시가 추진한 일자리정책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 비정규 노동자 정규직 전환의 지침이 되고 있다. 국제포럼을 계기로 서울시의 노력과 용기가 한 번 더 재평가될 것으로 믿는다.

다만 좀 더 담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부분도 솔직히 있었다.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라는 ‘결과’에 비중을 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추측건대 ‘좋은 일자리 도시’는 분명 ‘decent work'를 우리말로 의역한 것이리라. 영어사전을 그대로 옮긴다면 틀렸다고 하긴 어렵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국제노동기구에서 말하는 'decent work'는 그저 그런 좋은 일자리가 아니다. 통상 생각하는 좋은 ‘일자리=높은 임금’이 아니라는 말이다. 노동조합이 있는, 사회안전망을 갖춘, 사회적 대화가 순조로운 다음에야 ‘decent work'라 불릴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인간존중 노동’ ‘인간의 존엄이 인정되는 노동’ 정도로 말하기도 한다. 처음 봐선 좀 길고 어색할 수는 있지만 의미가 온전히 전달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나. 그중 으뜸은 노동기본권이다.

실제 행사장을 가득 메운 청중의 요구는 여기에 닿아 있었다. 개회식에서 양대 노총 조합원들은 ‘기본협약 비준’ ‘노동기본권 보장’ ‘삼성 노조 인정’ 같은 피켓을 들었다. 노동자들은 천부인권인 노동기본권부터 보장해 달라고 요구한다. 이러한 우리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던지 가이 라이더는 한국 내 노동기본권 상황에 우려를 표하고 공무원노조와 전교조 합법화를 요구했다. 대통령이 화답했다고는 하지만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포럼은 ‘서울선언’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좋은 일자리 도시 네트워크 제안자’를 자임했다. 아마도 이 같은 행사가 연례적으로 이어지리라 기대한다. 서울시의 바람처럼 ‘서울선언’이 세계 유수 도시의 노사정과 시민사회에 공유돼 도시를 터전으로 하는 대다수 노동자들의 삶이 더욱더 행복해지는 시작이길 소망한다. 마지막으로 서울시와 성공적인 행사를 안전하게 진행한 <매일노동뉴스>에 깊이 감사한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본부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김형동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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