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서울시 주최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의 첫 번째 세션 주제는 '고용'이다. 5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 사파이어볼룸에서 열린 국제포럼에서 도시가 좋은 일자리 창출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두고 각국 전문가·행정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사례를 공유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가 좌장을 맡았다.

ILO·OECD 전문가 "숙련에 투자" 한목소리

국제노동기구(IL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대표해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제안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숙련(skills)에 투자하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세계화가 이뤄지는 노동시장에서 개인과 기업들이 자산을 갖추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숙련에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지는 제법 됐다. 숙련노동자들을 배출하는 데 정책지향을 뒀던 초기단계를 지나 최근에는 숙련노동자들이 갈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

사카모토 아키코 ILO 아태지역사무소(방콕) 기술개발 및 고용가능성 전문가는 "숙련된 노동자의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일자리 창출과 기업성과 증진효과가 미미하다"며 "숙련이 필요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고, 시장 접근에서 소외받는 취약계층과 중소기업 사용자들을 지원해 숙련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나 도시 차원에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숙련과 새로운 기술을 파악하고, 그런 숙련을 가진 노동자들을 배출하는 일자리 정책을 펴야 한다는 의미다.

실뱅 지게르 OECD 지역경제고용개발 프로그램 대표의 제안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숙련에 투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숙련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취약계층에 숙련도를 높일 기회를 부여하고, 중소기업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정책지원을 하면서, 산업계와 협의해 숙련을 더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일자리 종합정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게르 대표는 또 "고용·숙련 정책을 준비하는 과정에 사용자나 노조를 참여시킴으로써 노동시장 수요에 맞춰 숙련공급이 충분하게 이뤄지도록 하고 일터에서 숙련의 최적사용을 장려해야 한다"며 "도시정부 리더는 고용·숙련 및 경제개발과 관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의 공조를 원활히 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모로코·일본 지자체 일자리 정책 경험 공유
"서울시, 좋은 일자리 창출 계속할 것"


서울·광주를 비롯해 해외 다른 지방정부가 추진한 일자리 정책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김범식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용의 질이 근로자 후생과 직결되고 노동생산성 향상 등 거시경제 측면과 관련이 있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며 "시민복지 향상과 빈부격차 해소,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좋은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사회 진출에 앞서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청년 중심 뉴딜일자리 창출, 사회적기업 육성 같은 일자리 정책을 추진해 성과를 내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산업구조 변화와 연계한 좋은 일자리를 계속 창출해 나가야 한다"며 "좋은 일자리 인력수급을 뒷받침하는 인력양성과 전업·전직 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모하메드 세피아니 모로코 쉐프샤우엔 시장은 도시 발전을 위해 추진하는 주요 일자리 정책을 소개했다. 쉐프샤우엔은 모로코 북서쪽에 위치한 인구 5만명의 자그마한 도시다. 세피아니 시장은 "보다 나은 도시 미래를 위해 관광업·수공예업·에너지 개발정책을 추진해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며 "도시를 발전시키고 시민 생활환경을 개선시키기 위해 사회적 협의를 활성화하는 등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만큼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아베 히토시 일본 효고현 산업정책기획국장이 설명한 일본 사례는 우리나라와 닮아 있다. 효고현은 최근 5년 동안 구인자가 10만명 증가한 반면 구직자는 7만명 감소했다. 노동력 부족현상이 심각하다. 저출산 고령화, 여성·고령자의 낮은 취업률,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구하지 못하는 미스매치, 청년의 수도권 유출 문제가 원인으로 꼽힌다.

아베 국장은 "일본은 지역 상황에 맞춘 독자적 시책 외에도 지자체에서 일자리 만들기 일환으로 산업진흥·기업유치·창업촉진에 힘쓰고 있다"며 "직업능력 향상 지원과 좋은 직장환경 만들기를 위한 지원사업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해광 전남대 교수(사회학)는 "광주시는 지역사회의 사회적 대화와 노사 파트너십, 기업 간 상생질서를 구축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고용을 확대하려는 운동, 즉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며 "사회적 협약을 통해 적정수준 임금과 노동시간을 보장하고, 고효율의 생산혁신과 상생적 노사관계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 창출 전략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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