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들이 4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 계단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MBC·KBS 노동자들이 5년 만에 파업에 들어갔다. 공영방송 노동자들은 “참을 만큼 참았다” “이번만큼은 적폐세력 끝장내자” 같은 구호를 외쳤다.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김연국)는 필수인력까지 모두 현장에서 뺐다. “공영방송을 적폐세력 손에서 국민 손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공영방송 노동자들의 투쟁이 시작됐다.

MBC본부 “공정방송 위한 합법파업”

MBC본부가 4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앞에서 파업 출정식을 했다.

“오늘 0시부터 언론노조 MBC·KBS본부가 전면파업을 선언했습니다. 언론노동자들은 공정방송이라는 정당한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파업에 나섭니다. 공정방송을 위한 합법파업입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이 MBC본부 파업과 관련해 “적폐세력을 끝장내고 공영방송을 국민 품으로 되돌리는 날까지 힘차게 싸우자”며 총력투쟁을 선포하자 MBC본부 조합원들은 함성으로 답했다. 파업 출정식에는 조합원 1천500여명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고용노동부와 검찰을 향해 “우리에게 한 대로 김장겸 사장에게 똑같이 하라”며 “법대로 집행하라”고 요구했다. 이달 1일 부당노동행위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후 행적이 묘연했던 김장겸 사장은 이날 새벽 MBC에 출근해 근무 중인 직원들을 격려하고 기념촬영을 해서 구설수에 올랐다. 김 사장은 TV주조정실과 라디오 주조정실·보도국 뉴스센터 등을 돌며 근무자들에게 “국민의 소중한 재산인 전파를 사용하는 지상파 방송은 어떠한 경우라도 중단돼서는 안 된다”며 노조 파업을 비난했다.

MBC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노동부의 강압적인 출석요구는 방송의 독립과 자유를 훼손하는 것으로 보고 거부해 왔다”면서도 “이 또한 법 절차의 하나라는 의견도 있음에 따라 일단 내일(5일) 노동부에 출석해 조사를 받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김 사장 체포영장 발부에 대해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틀짜기의 일환”이라며 “노동부의 체포영장 신청과 발부 발표 시점이 이달 1일 방송의 날 행사 장소에서 언론노조가 대대적인 시위를 벌인 시각과 일치하고, 오늘 노동부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도 언론노조 MBC본부의 총파업 출정식에 맞췄다”며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부는 이날 오전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MBC를 찾았다가 김 사장측이 5일 자진출두를 약속함에 따라 철수했다.

MBC본부가 전면파업에 들어간 이날 프리랜서인 MBC 라디오작가들이 성명을 내고 파업 지지의사를 밝혔다. 라디오 작가 70명은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하는 담당 PD와 작가들이 아이템이나 출연자를 결정할 수 없는 시간이 오랜 시간 이어진 끝에 PD들의 파업이 시작됐다”며 “MBC 라디오는 일부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진행자 없이 음악만 방송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파행방송을 하면서까지 PD가 떠난 자리에 작가들이 남아 방송을 유지하는 이유는 ‘라디오 올스톱’이란 초유의 사태에 이르기 전에 MBC가 제자리를 찾길 염원하기 때문”이라며 “사측이 끝내 PD들의 외침을 묵살한다면 MBC 라디오작가들은 작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다해 그 외침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다짐했다.

반면 MBC는 "소중한 일터 MBC를 위해 파업보다는 업무를 선택해 달라"며 현장복귀를 촉구했다.

KBS본부 “파업은 살기 위한 싸움”

MBC본부와 함께 전면파업에 들어간 KBS본부(본부장 성재호)는 이날 오후 조합원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파업 출정식을 했다.

성재호 본부장은 “이번 파업은 단순히 사장 하나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싸움이 아니다”며 “우리가 살기 위한 싸움”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 이후 촛불시민은 우리에게 언론적폐 청산의 과제를 줬다”며 “지난 9년 동안의 적폐세력 방송장악을 끝장내고 반드시 이겨서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MBC본부와 KBS본부의 파업 출정식에 함께한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이번 싸움은 언론과 방송을 바로 세우는 싸움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싸움이기에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사리사욕과 권력을 위해 방송을 갖다 바치고 오염시킨 자들과의 싸움에 함께하겠다”며 연대의 뜻을 밝혔다.

KBS는 노조 파업과 관련해 “북한의 6차 핵실험 강행으로 국민은 정확하고 깊이 있는 보도와 분석을 공영방송 KBS에 기대하고 있다”며 “파업이 공정방송을 실현하고 공영방송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취재·제작 현장에 복귀해야 한다”며 파업 중단을 요구했다.

한편 이날 정우택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 70여명은 방송통신위원회를 방문해 “KBS·MBC 파업은 불법”이라며 “인사청문회를 거친 방송사(KBS) 사장 보고 물러나란 얘기가 옳으냐”며 방송통신위에 입장표명을 요구했다. 허욱 방송통신위 부위원장은 “KBS·MBC 파업은 진전사항을 지켜보고 있다”며 “방송사의 자율성과 공정성을 고려할 때 경영진과 노조 간 이견이 있으면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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