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이 라이더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이 4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장관 주최 노사정 대표자 오찬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 <정기훈 기자>
가이 라이더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 방한을 계기로 우리나라 노사정 대표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손을 맞잡았다. 민주노총까지 포함한 노사정 대표자 모임이 성사된 것은 8년 만이다. 라이더 사무총장은 "한국 사회가 전체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긍정적인 협력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노사정 모든 주체가 사회적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라이더 사무총장은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마련한 오찬에 참석했다. 이날 정오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오찬에는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박병원 한국경총 회장을 비롯한 노사단체 대표자와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이 함께했다.

◇2009년 이후 첫 노사정 모임=노사정위원장과 민주노총을 포함한 노사정 대표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11월25일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 김대모 노사정위원장과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이수영 경총 회장·임태희 노동부 장관이 복수노조 허용·노조 전임자임금 지급금지 시행방안을 두고 협상을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후 민주노총은 노사정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1월부터 노사정위에 불참하고 있다.

김영주 장관은 오찬에서 “장관에 임명된 지 20여일밖에 되지 않았고 노사정위원장도 최근 취임해 노사정 대표자들이 모이는 자리를 마련하기 어려웠다”며 “라이더 사무총장이 오신 김에 환영자리 겸 노사정 모두가 모여 보자는 취지로 오찬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한국에서는 일자리·노동현안과 관련해 대화와 소통이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다”며 “이 자리가 한국 노사정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가이 라이더 “한국 노동권, 기본적·근본적 문제 있어”=라이더 사무총장은 "한국 노사정 대표자들의 환대에 감사한다"며 "오늘 지금 이 순간이 매우 중요하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그는 "한국은 지금 전체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긍정적인 협력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사회적 대화나 노사정 협력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고 알고 있고 노사정위원장을 포함해 여기에 있는 모든 분이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두 아시다시피 ILO 역시 노사정 기구"라고 강조했다.

라이더 총장은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에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고용을 증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노동시장 정책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공약을 내놓았는데, 특히 청년일자리와 최저임금 공약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ILO 핵심협약 미비준을 포함한 한국의 노동기본권 관련 사항에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기본적·근본적인 노동권 문제가 한국에 있고 굉장히 해묵은 과제"라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서도 ILO에 많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이더 총장은 5일 서울시가 주최하고 <매일노동뉴스>가 주관하는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에 참석하고, 오후에는 박원순 서울시장·박인상 전 한국노총 위원장·권영길 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함께 전태일 동상을 찾아 헌화한다. 6일 오전에는 민주노총·한국경총·한국노총을 잇따라 방문한다. 같은날 오후에는 김영주 장관을 면담한 뒤 노동부 주최 만찬에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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