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노총을 방문해 노사정위 복귀를 요청했다. 한국노총은 과거 노사정 합의에 대한 트라우마를 토로하며 노사정위 복귀 요청에 냉랭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회적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문성현 위원장은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에서 김주영 위원장을 비롯해 임원들과 만나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적절한 과정과 절차를 거쳐 사회적 대화 틀에 참여할 것이라고 본다"며 "이 시대에 요구되는 사회적 대화 의제를 놓고 무엇을 할 것인지, 과연 그것을 할 수 있을지 허심하게 토론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1999년 민주노총이 노사정위를 탈퇴한 뒤에도 한국노총이 남아 대화를 이어 갔던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저 자신이 민주노총의 노사정위 탈퇴를 주도했지만 돌이켜 보면 어려운 조건에서도 대화와 타협의 끈을 놓지 않는 게 쉽지 않다"며 "노사정 틀을 꾸준히 이어 온 한국노총의 고민과 노력을 앞으로 새로 출발하는 사회적 대화 틀에 소중한 자산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민주노총 출신'이라는 점을 의식한 듯 "한국노총이 내 원뿌리"라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노총 금속연맹에서 조합원과 대의원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원뿌리가 여기다"며 "한국노총에서 운동을 시작했으니까 먼저 찾아오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김주영 위원장은 "산적해 있는 노사정 현안들을 풀어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으셨는데 문 위원장 취임을 계기로 많은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덕담했다. 하지만 이어진 비공개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문 위원장에게 강한 어조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간담회 참석자들의 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사회적 합의는 노동계가 어렵게 결단한 것이었는데, 이마저도 정부와 사용자가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며 "노동자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식의 사회적 대화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의 사회적 대화에는 참여할 의미가 없다"고도 했다. 한 임원은 문 위원장이 과거 민주노동당 대표 시절 비정규직 관련 노사정 합의를 한 한국노총에 대해 '노동자 이름을 떼어야 한다'고 한 발언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고, 문 위원장은 "적절한 시점에 그런 부분을 포함해 허심하게 얘기하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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