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최나영 기자

“이동통신업체 3사 중 시장점유율도, 노무관리도 꼴찌인 LG유플러스가 꼴찌를 탈출한 것이 딱 하나 있습니다. 최고경영자(CEO) 연봉입니다. 노동자들이 월급과 퇴직금을 떼이면서 번 돈을 되찾아야 합니다.”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지부장 최영열) 조합원들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본사 앞에서 파업대회를 열었다. 박장준 노조 정책국장이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의 올해 상반기 보수가 이동통신 3사 CEO 중 가장 많다"고 비판하자 듣고 있던 500여명이 "투쟁"을 외쳤다. 전 조합원이 파업을 하고 LG유플러스 본사 앞에 모인 것은 올해 7월에 이어 두 번째다.

지부는 협력사협의회와 3월28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20차례 넘게 임금·단체협상을 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동자들은 △생활임금 보장 △내근직 임금안 설계 △시간외수당 정리 △안전장비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임금이 마일리지인가”=최영열 지부장은 "최근 협력업체가 교섭에서 시간외수당을 전부 포인트제로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지부에 따르면 그간 기사들은 시간외수당을 포인트제로 받을지 수당과 함께 받을지 선택할 수 있었다.

최 지부장은 "시간외수당이 마일리지도 아니고 포인트로는 절대 받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적어도 가족한테 ‘나 월급 받아 왔으니 외식 하자’고 말할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냐”며 임금인상을 요구했다. 현재 LG유플러스 설치·수리기사들은 기본급 138만원(통상급 148만원)에 실적급을 더해 평균 207만원 정도를 받는다.

지부는 특히 안테나사다리 지급과 내근직 임금안 설계를 요구하고 있다. 지부에 따르면 안테나사다리는 전신주 거치대가 있어 일반 사다리보다 덜 흔들린다. 가격은 일반사다리보다 비싸다. 게다가 협력업체 내근 직원들의 경우 임금 관련 규정조차 없다.

이날 집회에서는 원청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최영열 지부장은 “10년 동안 LG유플러스 옷을 입고 고객을 만났지만 한 번도 LG유플러스 직원이었던 적은 없었다”며 “올해만 협력업체가 22군데나 바뀌면서 기사들은 고용불안에 떨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월급·퇴직금을 떼이는 일이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국 72개 협력업체를 고쳐 쓰기에는 너무 늦었으니, 원청이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라”고 말했다.

◇어르신에게 스마트폰 팔라고?=노동자들은 LG유플러스 영업방식이 노동자들의 부담을 극대화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다일 지부 광주광산지회장은 “나이 드신 어르신에게 IoT 제품을 판매하거나 스마트폰을 팔아야 하는 일이 많다”며 “고객은 가격을 낮춰 주고 서비스를 좋게 해 준다고 하니까 고객센터 말만 믿고 제품을 산다”고 지적했다. 기 지회장은 “얼마 전에 고 홍수연양이 LG유플러스 현장실습을 갔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며 “어린 마음에 실적 압박을 얼마나 받았을까 하는 생각에 안타깝다”고 말했다. 기 지회장은 “회사의 이 같은 영업방식을 고객들에게 진실되게 알리고 LG유플러스를 상대로 함께 싸우자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부는 이날 하루 파업을 마친 뒤 간부들을 중심으로 무기한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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