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노조 KBS본부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 보도국장단이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내용의 뉴스 제작을 막았다”고 폭로했다. <이은영 기자>

MBC와 KBS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간다.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김연국)와 KBS본부(본부장 성재호)는 다음달 4일 공동 파업출정식을 추진 중이다. 2012년 이명박 정권 언론장악에 맞서 공동파업을 한 지 5년 만이다. MBC 사장이 김재철에서 김장겸으로, KBS 사장이 김인규에서 고대영으로 이어지는 사이 양대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신뢰도는 처참히 무너졌다. “이번에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파업에 나서는 두 공영방송 노동자들의 싸움이 ‘공영방송 정상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 MBC본부, 파업 찬성률 역대 최고=“김재철 전 사장 농간으로 '특별채용'으로 돌아왔습니다. 호봉과 근속을 날려 버린 치욕의 귀환입니다. 하지만 저들 가랑이 사이를 기어서라도 싸워 이길 수 있다면 돌아가자는 심정이었습니다. MBC의 영광을 재현합시다. 그것이 정권교체를 이뤄 낸 국민의 명령입니다.”

종이에 써 온 글을 읽는 이근행 전 MBC본부장의 목이 자꾸 멨다. 대량징계와 해고·부당전보가 속출한 5년 전 파업을 이끌었던 그다. MBC 노조 파업 찬성률 역대 최고치를 만들어 낸 그의 동료들도 함께 울었다.

MBC본부가 30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에서 24일부터 29일까지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재적인원 1천758명 중 1천682명(95.7%)이 투표에 참여해 1천568명(93.2%, 총원 대비 89.2%)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번 쟁의행위 찬반투표 찬성률은 MBC 노조 역사상 최고치다. 2010년 파업 찬성률 72.7%, 2011년 71.2%, 지난해 85.42%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찬성률이다.

MBC가 노조 파업과 관련해 “회사 업무를 충실히 행하는 직원에 대해 허용범위 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거나 “업무방해 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며 회유성 협박을 했지만 파업에 대한 조합원들의 결의는 어느 때보다 높았다.

언론노조 MBC본부가 30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로비에서 24일부터 29일까지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이은영 기자>

이날 보직간부 57명은 경영진 사퇴를 요구하며 보직을 사퇴했다. 현재까지 67명의 간부가 보직에서 물러났다. 이들은 “MBC의 가치가 훼손되고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그래도 MBC는 지켜야 한다’는 논리로 스스로를 방어해 왔다”며 “더 이상은 침묵할 수 없다”며 보직사퇴의 변을 밝혔다. 이들은 김장겸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을 향해 “MBC의 미래를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김연국 MBC본부장은 다음달 4일 파업을 알리며 “MBC는 폐허가 됐고 우리는 그 폐허 위에 새로운 방송을 건설할 것”이라며 “9월4일 0시부터 (국민에게) 제대로 된 방송을 돌려주겠다는 뜻 하나로 모두가 함께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 KBS, 제작거부 1천명 넘어= KBS에서는 30일 고대영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제작거부에 들어간 PD와 기자가 1천명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오전 전국 PD들이 제작을 거부해 프로그램 결방이 잇따랐다. <추적 60분>은 평PD는 물론 팀장과 부장급 PD 전원이 제작을 거부하고 있다.

보직간부 사퇴도 줄을 이었다. 29일 PD 보직간부 88명이 사퇴한 데 이어 이날 기자 보직간부 34명이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성명을 내고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고 어느 시인이 노래했듯이, 나서고 물러설 때를 분명히 선택하는 것이 지혜라고 본다”며 고대영 사장 사퇴를 촉구했다.

한편 KBS본부는 이날 오전 여의도 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 보도국장단이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공작 관련 뉴스 제작을 막았다”고 폭로했다. 이재석 국제부 기자는 김기현 전 군 사이버사령부 530심리전단 총괄계획과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2011~2013년 이명박 정부 청와대와 군 수뇌부가 530심리전단의 댓글 공작을 보고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달 7일 박종훈 KBS 기자협회장을 통해 보도국장단에 특별취재팀 구성을 건의했지만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뉴스 제작을 거부했다.

성재호 KBS본부장은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것은 지난 정권의 적폐들”이라며 “고대영 사장이 임명한 간부들은 고대영 사장과 함께 청산돼야 할 적폐세력”이라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다음달 4일, 교섭대표노조인 KBS노조는 사흘 뒤인 7일 파업에 들어간다. KBS본부는 “이번 파업은 끝장 투쟁”이라며 “거짓과 가짜, 억압과 굴종의 9년을 끊어 버리는 최후의 결전이며 승리하기 전에는 절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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