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산별교섭이 사용자쪽이 내건 선결조건 탓에 결국 불발됐다. 사용자가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논의에 노조가 참여하면 산별교섭에 나서겠다고 밝혀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29일 노동계에 따르면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과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서울 모처에서 산별교섭 복원을 두고 대대표 교섭을 가졌다. 이날 하 회장은 전날 은행연합회 이사회를 통해 파악한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복원과 관련한 각 사용자들의 의견을 취합해 이를 노조에 전달했다. 사용자쪽은 산별교섭 제도개선을 위한 특별기구와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특별기구에 노조가 참여할 것을 요구했다. 요구가 수용될 경우 자신들도 산별교섭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사용자쪽은 이를 통해 기존 산별교섭 틀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컨대 은행·금융공기업·금융유관기관 등 사업장 성격에 맞게 별도 단위를 나눠 교섭을 하자는 것이다. 사용자쪽은 노조에 현행 임금체계를 직무급제 중심으로 개편하기 위한 별도 기구에 참여할 것도 요구했다.

반면 허권 위원장은 “산별교섭 재개가 우선”이라고 맞섰다. 교섭에서 △노사 공동 4차 산업혁명대책위원회 구성 △금융권 과당경쟁 근절 TF 발족 △700억원 사회공헌기금 활용방안 마련을 주요 안건으로 삼자고 요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사용자들이 개선을 요구할 것이 있으면 산별교섭을 재개한 후 교섭안건으로 다루면 된다"며 "난데없이 산별교섭 틀을 다시 짜고, 호봉제 폐지를 선결조건으로 내걸면서 합의가 무산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전날 이사회에서 여러 은행장들이 산별교섭 재개에는 공감하면서도, 방식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해 하 회장이 이를 대표해 의견을 전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노조는 31일 오후 3차 산별교섭을 열자고 예고한 상태다. 이달 17·24일 있었던 1·2차 교섭은 사용자 전원이 불참하면서 무산됐다.

노조는 3차 교섭 당일 오전 지부 대표자회의를 열고 향후 투쟁 방향을 결정한다. 최종적으로 교섭결렬을 선언하고, 쟁의행위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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