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 생리대 달랑 4개만 썼어요. 앞으로 결혼도 해야 하고, 아기도 낳아야 할 텐데. 제 몸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거죠? 누구한테 책임을 물어야 하나요?"

김아무개(34)씨는 1년 전부터 생리량이 줄어들어 최근에는 하루나 이틀이면 생리가 멈추는 일이 계속됐다.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6개월 넘게 사용하던 생리대가 문제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김씨는 "일단 사 놓은 생리대는 환불신청을 할 계획"이라며 "공동소송에 참여할지 여부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에 이어 살충제 계란·발암물질 생리대 파동으로 식품·생활필수품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커지는 가운데 집단소송제를 모든 분야에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집단소송제는 기업이나 정부의 부당행위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소송에서 이기면 동일 사안으로 피해를 입은 다른 이들이 별도 소송 없이 판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2005년 증권 분야에 한해 집단소송을 도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집단소송제 도입을 공약했다. 최근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소비자 분야 집단소송제 도입이 포함됐다.

경실련은 28일 성명을 내고 "정부는 집단적 소비자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근본 해결책보다는 책임회피나 여론무마를 위한 일시적 대책에 머물러 왔다"며 "반복되는 소비자피해를 근절하려면 소비자정책 컨트롤타워를 강화하고 집단소송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 발암물질 생리대 피해자들이 공동소송을 준비 중이다. 그런데 현행 소송제도는 다수 피해자가 소송에 참여해야 하고, 소비자가 피해 입증책임을 부담한다. 손해배상도 실제 손해액만 보상받을 수밖에 없어 피해구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실련은 "먹거리와 생필품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고 있는 시점에 소비자 불안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근본 해법인 집단소송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정부가 일부 분야에 한정해 집단소송제 도입계획을 밝혔는데, 국민의 집단적인 피해는 국민생활 전반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소비자 분야뿐만 아니라 환경·노동 등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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