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특정한 기업이나 산업이 아닌 세대별 노동조합을 표방하는 청년유니온의 조합원들은 다양한 사업장에 흩어져 있다. 본부나 지부가 주관하는 교육이나 모임, 행사가 있을 때마다 조합원들에게 연락을 돌리며 근황을 묻는 것이 활동가들의 주된 업무다.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놀라게 되는 점이 있다.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직장이나 고용상태가 바뀌는 사람이 너무도 많다. 분명히 두 달 전 이야기를 나눴을 때에는 잡지사 기자로 일하던 조합원이 얼마 전 퇴사해 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서울지역에서 활동하며 만나는 조합원 가운데 최근 3개월 사이에 퇴사 내지 이직을 한 사람의 숫자만 두 자릿수가 넘는다.

서울지역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30대 청년 중 근속기간이 3년 미만인 비율은 45%에 육박한다. 20대의 경우 60~70%나 된다.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이 주된 이유겠으나, 무분별한 과로나 장시간 노동, 경직된 조직문화 등의 문제 또한 많이 제기된다. 그중에서도 사무직 등의 직군을 중심으로 일반화된 ‘포괄임금제’는 청년노동자로 하여금 저임금·장시간 노동의 늪에 고착화시키고, 미래에 대한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심각한 요인이다.

포괄임금제는 근로계약 내용에 연장·야간 근무 등에 따른 추가수당을 고정급에 포함시키는 계약 형식이다. 법이 규정하는 고용계약 방식은 아니고, 법원 판례에 따라 시행요건이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판례가 정하는 요건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심지어 장시간 노동을 시키고도 추가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제도로 왜곡되고 있다. 비슷한 노동관행에 많이 노출되는 일본의 직장인들은 이런 포괄임금 계약을 두고 ‘무료 야근’이라 부른다. 필자는 ‘인간 자유이용권’이라는 표현을 종종 쓴다.

이번에 새로 취임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청문회에서 ‘포괄임금계약 원칙적 금지’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연내에 발표하겠다고 공약했다. 가이드라인에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일부 사업에 한해 단체협약·취업규칙에 근거가 있거나 개별 근로자 동의를 전제로만 예외로 포괄임금제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한다. 법정 근로시간 내에서만 운영할 수 있으며 임금 지급을 의무화하는 내용도 포함된다고 한다.

그동안 개혁 논의는 무성했지만 재계의 반발과 정치권의 무관심 등으로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지지 못했던 포괄임금 제도를 신임 장관이 직접 손을 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크게 환영한다. 당면해서는 가이드라인 제정과 현장 관리감독이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관련 법률을 제·개정해 현장 노동자들의 휴식권과 노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과제를 확장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불합리한 과노동이 일상이 되고 노동자에 대한 구조적 착취를 당연시하는 한국식 기업논리는 세계적으로 급변하는 경제환경 속에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다수의 청년노동자는 산업구조와 고용형태가 다변화되는 현실에서 전통적인 노사관계 틀로 조직돼 있지 않거나, 조직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현장을 사려 깊게 살피고 실질적인 처우개선과 권리보장 방안을 모색하는 노동부의 모습을 기대한다. 청년유니온 또한 현장 목소리를 대변하는 노동조합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고 협력할 것을 약속한다.


청년유니온 위원장 (cartney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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