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산별연맹 대표자들이 23일 한국노총회관 회의실에서 과로사 근절 및 장시간 노동 철폐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장시간 노동에 따른 과로사·과로자살이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한국노총이 '과로사 근절 및 장시간 노동 철폐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정부와 국회에 근로시간 특례업종 축소를 비롯한 근로기준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노총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대책위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과로사를 해결하지 않고는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좋은 일자리 창출과 노동존중 사회를 결코 실현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책위에는 우정노조·자동차노련·전택노련·IT사무서비스노련·의료산업노련·공공노련·공공연맹·금융노조·연합노련·철도사회산업노조·해상노련 등 11개 산별노조·연맹이 참여한다. 올해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장시간 노동 주범은 잘못된 행정해석"

대책위원장을 맡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세계 최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 과로사하고 있고,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도 적지 않다"며 "산업현장에서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장시간 노동을 철폐하려면 궁극적으로 근로기준법 59조를 폐지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김명환 우정노조 위원장은 "집배원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연간 1천764시간보다 무려 1천시간을 더 일한다"며 "연간 2천800시간 넘게 일한다는 것은 기계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조사한 집배원들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천869시간, 노동자운동연구소 조사에서는 2천888시간으로 집계됐다. 올해만 우정사업본부 소속 노동자 12명이 과로사·자살·사고로 세상을 등졌다.

버스노동자의 장시간 운전에 따른 대형 교통사고도 되풀이되고 있다. 자동차노련 조사 결과 버스노동자 1일 평균 노동시간은 11.7시간으로 월 253시간 일한다. 버스노동자 81.4%가 피로감을 호소했다. 택시는 지난 10년간 노동시간이 20% 가까이 증가했다. 실노동시간이 1주 67시간으로 가장 긴 1인1차제의 교통사고율은 68.9%나 된다.

한국노총은 정부의 잘못된 행정해석을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의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주일에 최장 52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현장에서는 1주일 최대 68시간 원칙이 적용돼 왔다. 1주일은 7일이 아니라 5일이라는 고용노동부의 잘못된 행정해석 탓이다. 주 12시간 한도로 가능한 연장근로시간에 휴일근로가 포함되지 않아 토요일과 일요일, 하루 8시간씩 16시간을 추가로 일하는 것은 위법이 아니라는 게 노동부의 해석이다.

한국노총은 행정해석을 바로잡고, 근기법에 주당 최대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례업종 최대한 축소, 존치 업종은 안전장치 마련"

한국노총은 국회에 "8월 임시국회에서 근기법 59조를 개정해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최대한 축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달 31일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26개에서 10개로 줄이고, 10개 업종에서 노선여객자동차운송업을 제외하는 것에 잠정합의했다. 28~29일 열리는 고용노동소위에서 특례업종을 추가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한다.

김주영 위원장은 "근기법 59조의 완전한 폐기가 궁극적 목표지만 입법 과정에서 현실적인 문제도 있을 것"이라며 "일단 특례업종 수를 최대한 축소하고 존치 업종에 대해서는 노동시간 한도를 주당 60시간 이내로 설정해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시간을 보장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노총은 법정노동시간을 적용받지 못하는 5인 미만 사업장 해소와 휴일·휴가 확대, 과로사 발생 사업장 사업주 처벌 강화를 담은 과로사방지법 제정도 요구했다.

한편 대책위는 다음달 중순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장시간 노동 근절을 위한 법·제도 개선과 생명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업무의 정규직 직접고용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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