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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장시간 노동 덫에 빠진 택시기사들택시노동계 "근로기준법 58·59조 특례업종서 택시 적용 제외하라"
   
▲ 배혜정 기자(자료사진)

서울 ㅇ교통 노사 임금협정서에 명시된 하루 소정근로시간은 5시간이다. 주간 사납금은 12만7천원, 야간 사납금은 14만7천원이다. 이 회사 택시기사 정아무개(49)씨는 "손님이 아주 잘 붙을 때 1시간에 2만원 정도 버는데, 요즘엔 1시간을 돌아다녀도 기본요금(3천원) 손님 한 명 태우기 어렵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임금협정서대로 5시간만 일하면 사납금은 죽어도 못 맞춘다"며 "야간 사납금을 맞추려면 쉬지 않고 9시간 정도 운전해야 한다"고 했다. 정씨는 "사납금 맞추고 생활비라도 가져가려면 죽자 사자 일해야 한다"며 "우리 같은 택시기사들은 장시간 운전과 저임금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르면 2020년부터 버스업계에서 장시간 노동 관행이 없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같은 운송업종인 택시노동자들의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과로운전으로 인한 대형 교통사고는 버스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오히려 택시노동자들이 더 많은 장시간 노동으로 과로운전에 시달리고 있는데, 같은 운송업종에서도 버스만 특례업종에서 제외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3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26개에서 10개로 줄이는 한편 10개 특례업종 중 노선여객자동차운송업(시내·농어촌·마을·시외버스)을 제외하기로 잠정합의했다. 그러자 대표적인 장시간 노동 업종인 택시노동자들이 버스와의 형평성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택시업계 저임금·장시간 노동, 근로기준법 58조도 문제=22일 전택노련과 민택노조에 따르면 택시업계 노동시간은 지난 10년간 20% 가까이 급증했다. 2003년 월 평균 197~239시간이었던 노동시간이 2014년 233~283시간까지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전 산업 월평균 노동시간이 199시간에서 177시간으로 줄어든 것과 정반대 양상을 보인다.

게다가 소정근로시간은 되레 줄었다. 정확한 노동시간을 산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노사합의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도록 한 근로기준법 58조(근로시간 계산의 특례)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사업주들은 근기법 58조를 악용해 실제 일한 시간보다 적은 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정해 버린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15년 발표한 '택시업종 최저임금 현장연구 및 제도개선 방안'에 따르면 인천지역 1차제(노동자 한 명이 차량 한 대를 전담해 한달 24~26일 근무하는 방식) 택시기사가 사납급 15만원을 채우려면 하루 9.9시간을 일해야 한다. 그런데 임금협정서상 소정근로시간은 5.67시간에 불과하다.

비교적 시간당 운송수입금이 높은 서울지역 1차제 택시기사도 사납금(17만5천원)을 채우기 위해 필요한 시간(9.5시간)과 임금협정서상 소정근로시간(6.67시간)이 2.8시간 차이가 난다.

전택노련과 민택노조는 "근기법 58조에 있는 이른바 '간주노동시간제' 탓에 택시노동자들이 1일 10시간 내외 장시간 노동을 하는데도 사용자들은 1일 8시간에 못 미치는 소정근로시간으로 계산해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납금을 채울 수 있는 시간만큼은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하고, 사납금에 따른 임금만으로 생활이 안 되기 때문에 이를 초과해 근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택시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다.

◇28~29일 환노위 주목하는 택시노동계=장시간 운전은 교통사고로 이어진다. 택시공제조합 교통사고 현황을 보면 2000년부터 2014년까지 운전자에 의한 사고율은 광주 194%, 전남 174.3%, 강원 143.9%, 제주 132.2%, 경북 114.8%로 급증했다. 택시가 일각에서 '도로 위를 달리는 폭탄'으로 불리는 배경이다.

전택노련과 민택노조는 "근기법 58조의 근로시간 계산 특례 적용과 59조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에서 택시를 제외하는 것만이 택시노동자들의 살인적 장시간 노동을 방지하고, 저임금 구조를 탈피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택노련 관계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8~29일 고용노동소위(법안심사소위)에서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추가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택시를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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