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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마필관리사가 남긴 유훈

두 명의 마필관리사를 떠나보낸 후 노사가 협상테이블에 앉았다. 부산경남경마공원 소속 박경근·이현준 마필관리사가 세상을 등진 지 석 달여 만이다. 두 마필관리사는 한국마사회를 비판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마사회와 공공연맹·공공운수노조는 지난 16일 ‘말관리사 직접고용 구조개선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협의체는 11월 말까지 석 달간 가동된다. 노사는 본격적인 협상에 앞서 선행조치에 합의했다. 핵심은 고용을 안정화하되 임금 투명성을 제고하고 노조활동을 보장하는 것이다. 아울러 부산경남경마공원노조(위원장 양정찬)는 조교사협회와 단체협약을 체결한다. 노사는 올해 말까지 20명, 내년 말까지 50명을 충원하기로 했다. 노사 합의사항을 보면 긴급한 선행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노사 협의체는 앞으로 마필관리사들이 다치거나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무엇을 논의해야 할까. 출발점은 마필관리사 고용구조와 노동조건 재검토다.

마필관리사는 하청구조 밑바닥에 위치해 있다. '마사회→마주→조교사→기수·마필관리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청구조다. 조교사협회(법인)는 마필관리사 채용·관리를 책임지며 마필관리사노조와 단체교섭을 한다. 이런 조건은 서울경마공원에 국한한 얘기다. 부산경남·제주경마공원에서는 조교사협회가 아니라 조교사가 직접 마필관리사를 고용한다.

당초 마필관리사는 마사회 소속이었다. 1993년 개인마주제가 도입되면서 소속이 바뀌었다. 마사회로부터 말을 분양받은 마주는 조교사에게 경주마를 위탁한다. 프로야구로 치면 구단주와 감독의 관계다. 조교사는 사업자등록을 가진 사장들이다. 조교사는 기수·마필관리사를 고용해 경주와 말관리를 책임지도록 한다. 그런데 조교사는 경마를 통해 상금을 따먹는 사업자에 불과하다. 마필관리사의 최종적인 고용인원 승인, 임금 및 노동조건 예산을 실제로 쥐고 있는 곳은 마사회다. 이러한 사항은 한국마사회법과 경마시행규정에 명시돼 있다.

노사가 구성한 협의체에서 주로 논의해야 할 것은 최종 사용자인 한국마사회에 관한 규정이다. 노동계가 요구하는 마사회의 마필관리사 직접고용은 현행 시스템의 전면적 개편을 의미한다. 개인마주제를 단일마주제(한국마사회 소유)로 변경하는 것을 뜻한다. 즉 개인마주제가 시행되기 전인 93년 이전 체제로 돌아가는 것이다.

다른 의견도 있다. 단일마주제로 전환하려면 여러 이해단체 간 소통과 합의를 이뤄 내야 한다. 이를테면 개인마주제하에 자영업자가 된 조교사·기수 등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 때문에 개인마주제를 유지하되 마필관리사의 고용안정성을 높이는 방안도 제기된다. 부산경남·제주경마공원의 경우 마방마다 채용·관리 조건이 다른 데다, 조교사가 마필관리사 생존권을 쥐고 있다. 마필관리사는 필연적으로 고용불안을 겪는다. 부산경남·제주경마공원의 왜곡된 고용관행을 개선해 서울경마공원 방식으로 변경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까닭이다. 조교사협회가 마필관리사를 채용·관리하고 노조와 단체교섭을 통해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서울·부산경남·제주경마공원 고용시스템이 동일해진다. 여기에서도 최종 사용자로서 마사회의 역할을 어떻게 규정할지가 과제로 남는다.

마필관리사는 어린 말 길들이기, 조교 훈련, 사료 주기, 배설물 치우기 등 1인 3역을 담당한다. 이 과정에서 마필관리사 10명 중 3명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다친다. 재해사고의 70%가 어린 말을 순치하거나 조교훈련 과정에서 발생한다. 말을 많이 맡을수록 사고위험이 높아진다. 노조에 따르면 서울경마공원에서 마필관리사 1인당 관리하는 말은 3마리다. 반면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는 마필관리사 1인당 4마리, 제주경마공원에서는 1인당 5.5마리다.

일본 중앙경마장 마필관리사는 1인당 2마리를 관리한다. 미국·유럽은 마필관리사 1인당 4~5마리를 담당한다. 미국·유럽에서는 사료를 주거나 배설물을 치우는 마방 관리, 어린 말 순치와 조교훈련 같은 경주마 관리업무가 세분화돼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와 비교해 일본·미국·유럽 마필관리사 산업재해율이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적정인원이 채워지면 그만큼 마필관리사 산재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한국 사행산업 매출액은 지난해 21조9천777억원을 기록했다. 그중 경마가 7조7천897억원을 차지했다. 마사회는 경마로 얻은 수익으로 말산업 육성과 농업진흥에 기여한다. 하지만 왜곡된 고용구조에서 짜낸 고혈로 하는 사회적 기여라면 그 의미가 반감될 것이다. 새 정부는 이런 어이없는 모순을 없애야 한다. 마사회는 왜곡된 고용구조를 바로잡고 노사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출발점은 마필관리사 고용안정 보장과 적정인원 투입을 통한 산재 감소다. 노사 협의체가 길잡이 역할을 해 주기를 바란다.

박성국 논설위원  park21@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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