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서울시가 국토교통부에 운행 노선이 짧은 마을버스 기사의 휴게시간을 줄이자고 건의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휴게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도 질의했다.

17일 공공운수노조 서울경기강원지역버스지부(지부장 박상길)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소속 기초자치단체와 버스운송사업조합 등에 ‘운수종사자 휴게(실)시간 확보 및 근무행태 준수 이행사항 알림’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서 “운전종사자의 휴게시간 보장에 대해 규정준수를 이행하라는 민원이 수시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현장에서 발생되는 혼란을 방지하고 운행특성상 현장 적용이 어려운 사항에 대해 국토부에 질의한 결과 회신내용을 알린다”고 밝혔다.

서울시 “개정 시행령 휴게시간 준수 곤란”

휴게시간 보장 규정은 버스 운전기사의 졸음운전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대책의 일환으로 생겼다. 운수종사자의 휴게시간을 보장하는 내용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이 이뤄졌다.

시내·마을버스 운수종사자는 기점부터 종점까지 1회 운행종료 후 10분 이상, 운행시간이 2시간 이상인 경우 15분 이상, 4시간 이상이면 30분 이상의 휴게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이다. 운수종사자를 위한 휴게실 편의시설 설치도 규정했다.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여객자동차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올해 2월28일부터 시행됐다.

그런데 서울시는 지난 4월 국토부에 건의사항으로 “마을버스의 경우 1회 운행시간이 2시간 미만 소요되는 노선에 대해 1시간 미만은 5분 이상, 2시간 미만은 10분 이상으로 휴식시간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2시간 미만으로 포괄 적용된 휴게시간을 1시간 미만으로 세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답했다. 문서에는 공공운수노조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고 기록돼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진행한 시내버스 안전관리책임자 교육자료에서 “노선버스는 정시성과 배차 간격이 중요해 운행시간이 유동적이므로 개정 시행령의 휴게시간을 준수하기 곤란”하고 “이용시민들의 버스 대기시간 예측이 어려워 시민불편 유발” 등의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가 운수업체들에게 편법 유도”

서울시는 국토부에 휴게시간 적용이 출퇴근 시간에 한해 탄력적인 적용이 가능한지 여부도 물었다. 국토부는 “원칙적으로는 탄력적 운영이 불가능하나 노선 면허권자인 지자체의 사업계획 변경을 통해 출퇴근 시간대에 탄력적 휴게시간 적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최근 공문에서 이 같은 내용을 운수사업자들에게 알렸다. 서울시는 “현재 운전직 종사자 및 소수노조에서 운수사를 상대로 수시로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며 “회사 불만사항을 수시로 (서울)시에 민원할 것이므로 운수사별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 이행하라”고 주문했다.

지부는 이날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의 안전과 마을버스 노동자들의 권리는 깡그리 무시한 채 사업주의 충실한 종 노릇을 서울시가 자청한 것”이라며 “안전에 역행하는 서울시 건의를 철회하라”고 반발했다. 지부는 “법안이 시행되고 6개월이 돼 가지만 현장에서는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마을버스 휴게시간 1회 운행 후 10분 이상 보장은 축소가 아니라 보장·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상길 지부장은 “마을버스 노동자들은 '뺑뺑이' 운행을 돌고 있고 밥 먹을 시간도,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 노상방뇨를 하며 쫄쫄 굶으며 일하고 있다”며 “박원순 서울시장은 마을버스 사업자의 편에서 시정을 운영할 것인지 3천500여명의 마을버스 운수노동자와 서울시민의 이해를 대변할 것인지 결정하라”고 경고했다.

이봉주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출퇴근시간 운전노동은 스트레스가 더욱 커 휴게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며 “서울시가 오히려 업체들에게 휴게시간을 탄력적으로 운행하는 편법을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부는 이날 서울시를 항의방문하고 이달 29일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과 면담을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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