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17일로 출범 100일을 맞았다. 문 대통령의 첫 업무지시가 일자리위원회 설치였고, 처음 만난 사람들은 인천국제공항 간접고용 비정규직이었다. 시장에 던진 시그널은 금세 효과를 냈다. 공공기관에 이어 민간기업도 정규직 고용을 잇따라 약속했다. 기업의 부당행위에 유독 너그러웠던 고용노동부도 근로감독을 강화하는 추세다. 문재인 대통령은 출범 100일 기자회견에서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노동정책 방향 전환에 재계는 “불만이 있지만 발언할 수는 없다”며 속내를 감춘다. 노동자들도 흡족하지는 않다고 입을 모은다. 문재인 정부 평가를 들었다.


문재인 정부 100일 기대와 우려 교차하는 변곡점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

문재인 정부 100일은 민심을 이반한 정권을 퇴진시킨 촛불정신에 맞게 협치에 초점을 두고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 전반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품게 한 시기였다. 노동정책에서도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추진되면서 기대치에 걸맞은 정책방향 전환이 이뤄졌다. 하지만 인사낙맥상과 함께 노동정책 추진체계가 정돈되지 않으면서 정규직 전환 과제는 지체되고 방향 선택에서 개혁성에 의구심이 발생하고 있다.

노동정책 영역에서 문재인 정부 100일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변곡점이다. 현재 진행형 사안이기에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우려가 점점 커질 개연성은 있다. 첫째, 문재인 정부 노동공약은 참여정부에서 실패한 사회경제적 민주화 과제에 근접하고 있으나 당시 비정규직 정책 실패를 상징한 ‘일부 무기계약직 전환’의 데칼코마니처럼 간접고용 영역에서 함량미달의 자회사 모델로 재연될 우려가 크다. 둘째, 일자리가 핵심 공약이지만 빈틈이 너무 많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계획은 81만개다. ‘좋은 일자리 전환’까지 포함하더라도 현재 계획상으로는 최대 72만개 일자리 창출에 그치고 현저히 불명료하거나 방향이 불확실한 것을 제외하면 44만8천개 이하이고 순수한 창출만으로는 최대 21만1천개, 불명료한 계획을 제외하면 15만개에 불과하다. 방향과 자리가 명확한 일자리는 6만8천개밖에 없다. 이 공백을 메울 전향적 계획과 집행체계가 없다. 셋째,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통합형 인사를 자랑했으나 노동영역에서는 ‘참여정부 연속성과 코드인사’가 주류를 이루고 ‘경제관료형 주도’의 하위파트너로 간주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국민과의 협치 추진 수단이나 대상쯤으로 노동영역을 간주하고 있다는 근거의 하나로 노동을 개혁 주체가 아니라 객체로 보는 것이다.


택배노동자 노조설립 허용해야
김진일 전국택배연대노조 정책국장

김진일 전국택배연대노조 정책국장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특수고용 노동자와 관련한 의미 있는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5월29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3권 보장을 위한 입법권고”를 했고,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고용보험 의무가입 추진을 발표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약속했던 “특수고용 노동자들 노동 3권 보장”은 아직 기약이 없다. 최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CJ대한통운의 블랙리스트 의혹 취업방해 행위’를 조사한 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볼 수 없다며 각하의견을 제출했다. CJ대한통운이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신분을 악용해 취업을 가로막았는데도, 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해야 할 노동청이 "고쳐야 할 법 규정"을 핑계로 자신의 책무를 회피한 것이다.

택배연대노조는 이달 말, 노조 설립신고를 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직접 방문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불러온 것처럼, 택배연대노조 설립신고증을 내주는 것을 시작으로 특수고용 노동자 권익 수호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


주장만 있고 실천은 없는 노동정책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사내하청지회장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사내하청지회장

문재인 정부는 지난달 부당노동행위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우선적으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노조파괴로 장기간 거리에서 헤매고 있는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해야 진전성이 드러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주요한 노동사건 판정·판결에서 노동위원회·법원은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박근혜 정부 시절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이겼던 사건이 문재인 정부 들어 법원에서 뒤집힌 경우도 있다. 아사히글라스 부당노동행위 사건도 그렇다. 노동자들이 사건을 고소한 지 2년1개월이 지났는데 검찰이 사건을 아직도 쥐고만 있다. 중앙노동위에서 부당노동행위 판정이 났고, 정권이 바뀌고 나서 3개월이 지나도록 상황은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검찰이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 정부가 주장하는 부당노동행위 근절 구호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현장에선 박근혜 정권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부가 민주노총과의 노정 교섭에서 부당노동행위 사업장을 면밀히 점거해 처벌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안다. 정권 초기에 힘 있게 몰아붙여야 한다. 정권이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법 개정 방향과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을 때다. 노조활동을 보장한다는 공약도 그렇다. 아직은 립 서비스에 불과한 얘기다. 말로만 노조 만들기를 보장하겠다고 하면 보장이 되나. 아사히글라스의 경우 노조를 만들고 일시에 170명이 문자로 해고됐다. 이런 사업장이 한둘이 아니다. 다수 사용자가 노조 혐오증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를 만들라고만 할 게 아니다. 노동 3권이 온전히 보장되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우선 과제다.


좋은 일자리 핵심은 단결권 보장
강훈중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장

강훈중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장

노동가치 존중을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은 첫 업무지시가 일자리위원회 설치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매진해 왔다.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내년 최저임금 16.4% 인상 등은 모두 좋은 일자리 만들기를 위한 정부 노력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00일 동안 보여 준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는 공약 이행을 위해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지지를 선언한 한국노총 입장에서 문 대통령이 국민에게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내 지금의 지지율을 유지해 노동자와 국민에게 존경받고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길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껏 해 왔던 것처럼 취약계층의 권익보호와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 만들기를 위한 행보를 더욱 가열차게 전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 문 대통령은 국정과제의 후순위로 밀려 있는 국제수준의 노동기본권 보장, 노사 간 힘의 균형과 산업민주주의 구현을 위한 대책도 추진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좋은 일자리 창출과 노동가치 존중은 정부의 시혜가 아니라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단결할 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모든 노동자가 자유롭게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도록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고 노조법이 전면 개정되도록 해야 하며, 노조설립과 운영을 방해하는 악덕기업주의 노동탄압과 부당노동행위에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 노사 자율교섭을 침해하는 2가지 행정지침과 단체협약 시정명령도 당연히 폐기해야 할 것이다. 운수·집배노동자의 과로사와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노동시간단축 대책도 만들어야 하며 노동계와 소통도 보다 강화해야 한다.


국민 권리를 바로 세우는 한길로 가야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국정운영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중 최고다. 현 정부가 1천700만 촛불의 결과로 탄생했고 취임 후에도 탈권위와 소통, 국가에 의한 희생자·피해자 감싸 안기,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건강보험 개혁에 나서면서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지지율은 거품과도 같다. 역대 정권을 보면 임기 초 높은 지지율에 취해 오만과 독선에 빠진 경우도 있었다. 국민의 권리를 바로 세우는 작업을 지속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 평가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다. 다만 일자리위원회를 발족하고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높게 평가한다.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추진하고 민간부문으로 확산하는 것은 과제로 남아 있다.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6.4% 인상된 시급 7천530원으로 결정한 것도 성과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이 일자리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정은 추진되지 않고 있다. 의지 또한 매우 미약하다. 국제 수준에 맞도록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고 노조할 권리를 보장해 노조 가입률 제고의 길을 열어야 한다. 노조를 탄압했던 사용자를 변호한 이들이 청와대를 비롯한 국가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에 반해 촛불항쟁을 통해 정권교체를 이뤘음에도 이를 위해 싸우다 탄압받고 구속된 인사들은 사면하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가 잘하는 것에 대해서는 마땅히 지지를 보내고 개혁에 동참할 것이다. 그러나 입장과 방향이 잘못되거나 적폐청산과 개혁을 회피할 경우에는 단호히 비판하고 투쟁에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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