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드디어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이 취임했다. 김영주 장관이다.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의 이력은 이미 무수히 많은 언론을 통해 소개됐다. 은행원으로 시작해서 짧지 않은 노동운동을 거쳐 국회의원을 세 차례. 산별노조인 금융노조 여성담당 부위원장으로서 활약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그의 취임이 갖는 상징성은 매우 크다. 아마도 노동부 장관으로서 여성은 처음이 아닐까. 남녀를 구분하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 드센 노동판이라 여성이 쉬 수장을 맡기 어려웠으리라. 그의 부드러움이 대립이 아닌 조화로운 노사관계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또 하나. 그는 이른바 노동계 출신 장관이다. 노동부는 곧 40돌을 맞이한다. 그간 30여명의 장관이 있었지만 초대 권중동 장관 말고는 노동부 장관은 대부분 정치인과 학계 출신이었다.

필자의 사적인 위치를 떠나, 한국노총 여성 조합원이던 그가 노동정책 집행의 수장을 맡았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의의가 있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김영주 장관 임명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라고 평가될 것이다. 언론에서는 신임 장관 앞에 자연스레 ‘여성’과 ‘노동’을 둘 것이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그 효과는 충분히 예상된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힘든 일을 하는 ‘여성노동자’의 대변인으로 장관을 떠올리지 않겠나.

언론에서는 노동부 장관으로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한다. “양대 지침 폐기, 임금체계 개편, 공공부문 정규직화, 그리고 양극화 해소.” 중요하지 않은 업무가 없어 보인다. 지난 10년, 아니 그 이전까지 포함한 왜곡된 노동시장이 쏟아 놓은 문제들 아닌가. 책임은 아니지만 그가 자임한 일이다.

너무나 잘 꿰고 있겠지만, 나름 생각한 일의 순서다. 먼저 노동부의 위상을 바로잡아야 한다. 노동부가 고용부가 돼 버린 게 우리의 현실이다. 노동부를 되찾아 와야 한다. 이미 그는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자리가 있을 때마다 ‘근로자’ 대신 ‘노동자’라고 고쳐 쓰겠다고 밝혀 왔다. 이번 청문회는 물론 임명장을 받는 청와대에서도 소신을 피력했다. 대통령 또한 그와 같은 동지이니 노동자가 보통어가 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동시에 마땅히 “고용”을 “노동부” 앞에서 떼어 내야 한다.

노동부는 경제부처가 아니다. 노동부는 경제부처의 무분별한 발동을 제어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이것이 헌법의 명령이다. 그런데 그동안 어땠나. 경제부처 장관회의 말석에 노동부 장관이 자리했다. 경제개발 논리의 액세서리였다. 헌법과 법률에 비추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마치 4대강을 파괴하는데 환경부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고 방조한 것과 다르지 않다.

이제는 “경제부처 중 하나”라는 생각은, 대통령부터 모든 국무위원들 머릿속에서 지워 버려라. 김영주 장관이 먼저 주문하라. 노동부는 경제부처가 아니라고. 더 이상 경제부처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이상의 말은 하기는 쉬어도 현실은 녹록지 않음을 안다. 정부 곳곳에 여전히 자본>노동의 구도가 진을 치고 있지 않는가. 자본을 악으로 정의하는 것은 아니다. 불균형을 말할 뿐이다. 노동에 대한 이해도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일부 언론에서는 마치 노동부를 일자리위원회 협력부서인 것처럼 쓰기도 한다.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요컨대 그저 그런 일자리가 아니라 거기에 가치, 인간의 존엄성을 덧씌우는 소중한 역할은 노동부 영역이자 책무다.

이른바 양극화 문제는 궁극적으로 법률의 제정 및 개정으로 이뤄져야 한다. 쉽지 않을 것이다. 야당이 반대하는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쉬울 리 없다. 그렇다면 대통령과 정부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자. 헌법과 법률이 한 위임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행정집행으로 해소할 수 있는 정책부터 해야 한다. 법률은 멀리 있다.

이 시대의 화두인 근로시간단축, 통상임금 범위 같은 문제들도 그간의 행정명령을 취소하거나 새로 만들어서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새로운 행정규칙은 켜켜이 쌓여 있는 대법원 판례를 따르면 그만이다. 예를 들어 기존 규칙을 폐지해서 휴일도 소정근로시간에 포함시키고, 통상임금 범위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할 수 있다.

노동현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김영주 장관을 응원한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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