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혜정 기자
한국유리 노사가 2년 전 합의한 임금피크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한국유리노조(위원장 강중구)는 "회사가 직원수를 '300인 미만'이라고 속여 노조가 임금피크제 도입을 서둘러 합의하게 만들었다"며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했다. 한국유리는 건축·자동차용 원판유리를 생산하는 업체다. 생산공장은 전북 군산에 있고, 노조는 생산직 노동자들로 구성돼 있다.

16일 화학노련에 따르면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8.5% 인상 △임금피크제 폐지 △신입사원 충원 △각종 수당 신설·인상 및 복지 확대 △점심시간·출퇴근시간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쟁점은 임금피크제 폐지 여부다. 노사는 2015년 10월 임금·단체협상에서 정년을 60세로 연장하고 2016년 1월1일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만 56세에 임금이 동결되고 57세부터 60세까지 매년 10%씩 줄어드는 방식이다. 회사는 당시 "300인 미만 사업장이기 때문에 2016년 퇴직이 예정된 1960년생 조합원들을 구제하려면 임금피크제를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노조에 요구했다. 한국유리 정년은 만 56세까지였다. 회사는 "노조가 임금피크제에 합의하지 않으면 60년생들은 2016년 생월달에 퇴직을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에 따르면 300인 이상 기업은 2016년 1월1일부터, 300인 미만 사업장은 2017년 1월부터 정년 60세 조항을 적용받는다.

노조는 "300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회사 주장을 믿고 60년생 조합원 28명과 관리직 9명의 정년을 보장하기 위해 임금피크제 도입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노조는 올해 임금교섭 과정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회사가 요구안을 내지 않자 4월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는데, 회사가 전북지노위에 낸 자료에서 지금까지 밝힌 것과 다른 상시근로자수를 발견한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한국유리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직원수가 300명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노조가 서둘러 임금피크제와 연동한 정년연장에 합의할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강중구 위원장은 "회사가 300명 이하 사업장이라는 거짓정보를 제공해 우리를 속였다"며 "잘못된 정보로 도입한 임금피크제 때문에 직원들이 정년이 되기 전부터 임금삭감으로 손해를 보는 만큼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측은 "임금피크제는 올해 임금교섭 사항이 아니라 내년 단체교섭 안건"이라고 주장했다.

화학노련과 노조는 이날 오전 본사가 입주해 있는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 빌딩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회사에 성실교섭을 촉구했다. 집회에 참석한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용자는 꼼수를 부리지 말고 노조와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