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노조 조합원 업무배제 계획을 담은 ‘MBC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했다고 추정할 만한 증거가 공개됐다.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김연국)는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노조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영주 이사장을 위시한 방문진 이사진이 조합원들의 업무배제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MBC본부는 올해 2월23일 열린 방문진 이사회 속기록을 공개했다. 당시 이사회는 MBC 사장 후보자 3명의 면접을 위해 소집됐다.

속기록에 따르면 고영주 이사장은 면접에서 “(MBC에) 우리가 믿고 맡길 수 없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것으로 듣고 있다”며 “앵커로도 안 내세우고, 중요한 리포트도 안 시키고 그렇게 할 만한 여력이나 방법이 있느냐”고 물었다. 과거 파업 참여자들을 어떤 방식으로 업무에서 배제할지를 묻는 질문이다. 고 이사장은 MBC본부 조합원들을 ‘유휴 인력’ 또는 ‘잔여 인력’으로 표현했다. 면접에 참여해 뒤에 사장으로 뽑힌 김장겸 사장은 “저는 (사람을 쓸 때) 과거 히스토리를 주로 본다”고 답했다.

MBC본부는 최근 ‘MBC 블랙리스트’를 공개했다. MBC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해당 문건은 '카메라 기자 성향분석표'와 '요주의 인물 성향'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파업 참여나 노조활동 경력을 근거로 65명의 카메라기자들의 성향을 네 가지로 구분했다. ‘요주의 인물’에 대해서는 “주요 부서 격리”를 주문하고 있다.

김연국 본부장은 “2월 사장 후보자 면접에서 고영주 이사장 발언과 김장겸 사장의 동조에 의해 중대 범죄행위가 모의된 것”이라며 “헌법이 보장한 노동 3권을 침해하는 범죄로 고영주 이사장과 MBC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MBC측은 MBC본부의 주장과 관련해 “별도로 내놓을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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