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환춘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경남사무소)

최저임금이 인상되자 방직업계가 해외 이전을 들먹이며 문제를 삼고 나섰다. 한국 방직산업의 몰락이 정경유착에 안주하다 기술개발을 제때 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라는 점은 이미 2017년 8월12일자 경향신문 보도(“방직업 회장님들은 왜 최저임금 저지에 나섰을까”) 등 각종 언론에서 다룬 바 있다. 방직업계 주장은 단지 중소기업이 처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이 목적이라기보다는, 한국 노동자가 처한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국가 경쟁력’으로 논의의 초점을 돌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처럼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사용자와 노동자가 확연히 다른 관점과 방향에서 접근하고 있다. 사용자의 관점은 최저임금의 경우 임금이 자유로운 노동시장에서 노동생산성에 따라 결정돼야 함에도 국가가 개입해 시장의 자율성을 해치는 것이지만 사회적 책임의 차원에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반면 노동자 관점은 최저임금은 최저 생계를 위한 사회안전망이며 재분배 문제다. 노동자 임금이 노동생산성에 기반을 둔다는 것은 주류경제학이 만들어낸 신화일 따름이기 때문이다. 토마 피케티가 <21세기 자본>에서 말한 것처럼 정말 노동에 대한 임금이 노동생산성에 기반을 둔다면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실현돼야 하고 또 몇십 억원의 연봉을 챙기는 임원이 있을 수 없다.

최저임금제는 모든 국가에서 시행되는 제도가 아니라는 점에서도 최저임금제가 가지는 사회적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유럽의 경우 최저임금제 도입시기가 각기 다르다. 아직 도입하지 않은 나라도 있다. 영국은 1999년에 최저임금제를 시작했고 아일랜드는 2000년, 독일은 2015년에 최저임금제를 도입했다. 스웨덴·핀란드·오스트리아는 최저임금제를 도입하지 않았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핵심적인 이유는 법이 노동자를 얼마나 잘 보호하고 있으며, 노동조합이 임금협상에서 얼마나 교섭력을 행사할 수 있는가에 따른 것이다. 상대적으로 노동조합이 취약한 영국은 국가 차원에서 노동자 최저임금을 보호할 필요가 일찍부터 있었던 반면, 스웨덴의 경우 임금을 이유로 한 파업이 법적으로 충분히 보호되는 등 노동자 권리가 보호돼 최저임금제를 도입할 필요성이 적다. 최저임금제는 사용자 이윤추구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같이 노동법이 노동 3권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하고, 임금협상에 있어 노동조합 협상력이 약한 국가에서 최저임금제는 국가의 개입을 통해서라도 노동자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제도인 것이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사용자측에서는 보통 최저임금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 정도인 데 반해 65%에 가까운 최저임금은 무리한 인상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무리한 인상으로 인한 기업 고충을 고려하기보다 노동자 지지를 얻기 위한 정치의 산물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의견들은 한국의 평균임금이 선진국 평균보다 낮고, 한국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을 회피하고 최저임금 선에서 임금을 지급하는 비정규직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는 것이다.

자유주의자들이 경전처럼 신봉하는 <국부론>에서 저자인 애덤 스미스는 국부 증가란 국민 전체의 부가 증가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애덤 스미스는 국민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동자 부가 증가하고 삶의 질이 나아지는 것이 국부가 증가하는 명백한 증거라 보고 있다. 이를 위해 노동자가 생산 이윤에서 자신의 몫을 잘 나눠 받아야 하며, 노동자가 자신의 몫을 잘 나눠 받게 하는 국가가 좋은 국가라 밝히고 있다. 국부 증가를 위해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노동자 부의 증가와 더 나은 삶의 질’인 것이다.

한국에서는 항상 선 성장 후 분배를 강조하며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해 왔다. 물론 경제성장은 중요하다. 하지만 애덤 스미스의 말처럼 국가의 부가 증가하는 것은 공정한 분배에 기인한다. 노동자이자 소비자인 국민의 부가 증가할 때 비로소 시장이 활력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공정한 분배의 최저점을 명시하는 최저임금제도는 자유주의 시장경제에 반하는 반시장적인 제도가 아니라 시장경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제도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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