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중앙정부가 펼치는 거의 모든 청년정책은 ‘취업률(개수)’을 목표로 평가되고 점검된다. 그러나 지난 15년 동안 일관된 기조로 추진된 정책들은 노동시장 상황·조건과 청년층의 인적 특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고 큰 부작용을 야기해 왔다. 교육기관 평가마저도 취업률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아 일선 현장에서는 ‘무리한 취업 밀어 넣기’가 만연해 있으며, 특성화고 현장실습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나타나는 사건·사고 또한 이러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청년고용 정책을 시행하는 관계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왜냐하면 비판 대상으로 삼은 고용정책들은 세계 경제위기를 전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유럽연합(EU)에서 채택돼 추진하는 청년고용 대책들과 형식·내용에서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서 멀쩡히 시행하는 대책들이 유독 국내에서 정책 수요집단의 비판에 직면하게 된 요인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미흡하게나마 몇 가지 요인들을 추정해 보면 한국 청년실업의 속성과 문제 양상이 다른 국가와 구분된다는 점, 1995년을 기점으로 현재까지 노동시장 양극화와 소득격차가 세계 최고수준으로 높아진 점, 고용대책의 공동책임 주체라 할 수 있는 노·사·정 관계가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다는 점을 제기할 수 있다.

한국의 고용창출 일변도 청년대책이 외국 사례에서 제대로 참조하지 못한 점도 많다. EU와 OECD의 주요 국가들은 청년실업 대책을 다룸에 있어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실업상태 청년의 ‘소득 보장’과 노동시장 신규진입자의 ‘안착 지원’을 주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취업이라는 결과만큼이나 중요한 사안인데, 그간의 고용정책은 이를 충실히 논의하거나 다루지 못한 측면이 있다. 고용창출 일변도 대책이 갖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청년 문제를 독립적이고 종합적인 사회정책으로 다뤄야 한다

오늘날 사회구조적 위험에 노출된 다수 청년들은 나이가 젊다는 등의 이유로 복지정책 수혜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반대로 고용이나 소득 따위가 불안정해 사회보험에 기여하는 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보장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많다. 여기에 더해 많은 이들이 연령·학력·성별·지역·신체조건이나 부모의 소득·자산 수준 등의 요인으로 정책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수많은 사회적 차별과 배제를 경험하고 있다.

부모세대가 당연하게 여겨 온 ‘졸업(학교)→취업(직장)→결혼(가족)’의 표준적인 생애 이행(사회 진입) 경로는 청년 개개인의 삶의 경험 속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중·장기적인 경제환경 변화와 인구 감소, 생태위기 등 한국 사회에 도래한 구조적 위험을 고려하면 청년세대의 어려움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소될 문제로 보기 어렵고, 이는 청소년과 유소년, 그리고 그 다음 세대에게 대물림될 가능성이 크다.

청년정책은 ‘당면한 문제해결’과 ‘미래사회 전망’이라는 이중적 과제를 안고 있다. 청년만을 위한 문제해결을 넘어 사회 보편문제 해결을 지향하고 민주적 가치를 구현하라는 과제도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청년정책이 기존 관성과 한계를 탈피해 사회에 진입하는 청년의 고통을 효과적으로 경감시키고 세대 내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유형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새로운 정부는 여전히 청년문제를 ‘일자리와 고용창출’이라는 감옥에 가두려는 경향성을 명백히 보여 주고 있다. 그나마 있던 거버넌스 조직인 청년위원회는 폐지됐고, 청년문제는 일자리수석 소관으로 규정됐다. 안타깝고 우려스럽다.

청년유니온 위원장 (cartney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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