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우람 기자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의료기관 평가인증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직접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환자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평가에 인력기준을 반영하고, 불시점검제로 병원노동자가 특정 기간 중노동에 시달리는 일을 방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보건의료노조·한국환자단체연합회·C&I소비자연구소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2세미나실에서 ‘의료기관 평가인증제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참여율 낮은 자율제 신뢰성 낮춰"

의료기관 평가인증제도는 올해로 도입 7년을 맞았다. 복지부는 해당 업무를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제도가 운영되는 동안 저조한 참여율과 평가기법 신뢰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급성기 병원 2천242곳 중 인증을 받은 병원이 15.9%(357곳)에 불과하다. 급성기 병원은 급성질환이나 응급질환을 볼 수 있는 입원 가능한 병원을 말한다.

인증 참여율이 낮은 것은 의료기관 인증이 자율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인증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게 노동계 지적이다. 이주호 노조 정책연구원장은 “낮은 인증신청 비율 때문에 인증을 신청하는 의료기관은 100% 인증을 줄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딜레마가 발생한다”며 “가만히 있으면 50점은 가는데 괜히 인증을 신청했다가 떨어지면 망신이니까 일단 신청을 하면 인증을 줄 수밖에 없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인증평가를 사전에 예고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점검 시기에만 반짝 인력·서비스를 강화하는 탓에 결과적으로 인증 신뢰성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김윤 서울대 교수(의료관리학교실)는 "시기를 정해 평가를 하면 직원 퇴근을 늦추고 과도한 반짝 대응을 낳는다"며 "의료 질을 향상시키려는 평소 노력을 오히려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미국의 경우 불시평가제를 도입한 후 사망률이 낮아졌는데, 우리나라 방식으로는 사망률을 높이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의무인증 전환, 인센티브 부여해야"

정부 개입력을 높이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주호 원장은 “인증원을 민간법인에서 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만들고 자율인증에서 의무인증으로 전환하자”고 제안한 뒤 “인증 결과를 인증원과 의료기관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원노동자 노동환경을 인증기준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윤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처럼 우리나라도 직원 장기근속률, 업무 관련 상해, 초과근무시간 같은 근무환경을 인증기준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며 “인증 결과에 따른 종별가산을 통해 수가를 차등해서 지급하고 공공병원 의무인증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호기 한국의료질향상학회 부회장은 "병원들이 인증을 안 받는 것은 실익이 없기 때문"이라며 "인증에 따른 수익 차이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은영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인증원은 40명 정도로 운영되는 작은 기관으로 매년 인증기준을 강화하는 등 많은 일을 하고 있다”며 “7년간 발전이 없다는 지적이 많지만 다른 나라가 해당 제도를 도입한 지 30~40년 흐른 점을 감안했을 때 발전하는 과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인증원의 성과·역할·환자안정 등을 감안해 제도개선 방안을 도출할 것”이라며 “조사위원 전문성을 강화하고 인증 참여 여부에 따른 종별 가산이나 삭감 등 인센티브 지원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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