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우 변호사(법무법인 창조)

대상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7.5.17. 선고 2016누79078 판결


1. 사건의 개요와 경과

원고 주식회사 모베이스는 정규직과 파견노동자를 사용해 휴대폰 케이스 등을 제조하는 사용사업주다. 피고(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보조참가인들은 파견사업주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원고 사업장 조립팀에 파견돼 휴대폰 케이스를 제조하는 업무를 수행한 파견노동자들이다. 참가인들은 원고가 원고 소속 노동자들에게는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하면서 참가인들에게는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등의 차별이 존재한다며 사용사업주인 원고와 파견사업주를 상대로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지노위는 연차유급휴가의 경우 이미 근로기준법에서 사용자에게 그 이행의무를 부과한 영역이고, 연차유급휴가에 대한 사용자 책임은 파견사업주에게 있으므로 연차유급휴가 사용 및 미사용 수당 지급에 있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이는 차별 문제 이전에 근로기준법 위반 문제로서 민·형사상 법률문제로 처리할 사안이라고 하면서 차별시정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중앙노동위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상 차별금지 영역은 임금 그 밖에 근로조건 등에 관한 사항이고 근로조건이란 근로시간·휴일·휴가 등에 관한 것이라고 하면서 연차유급휴가에 관한 사항도 차별금지 영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 판결의 요지
가. 1심 판결의 요지

위 중앙노동위 판정에 대해 1심 법원은 연차휴가수당 미지급이 차별적 처우의 금지영역에 해당되는지, 즉 이와 같은 경우에도 차별시정 신청이 가능한지에 대한 이 사건 쟁점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중노위 판정과 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즉 1심 판결은 ① 파견법 34조1항은 본문에서 파견사업주 및 사용사업주를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로 본다고 규정하면서도 단서에서 임금 등 파견사업주를 사용자로 보는 영역과 휴일·연차휴가 등 사용사업주를 사용자로 보는 영역을 구분하고 있는바, 근로기준법 위반사항에 대해서도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 모두를 차별적 처우 금지의무의 수범자로 규정한 파견법 21조1항을 적용하게 되면, 위와 같이 근로기준법상의 책임 주체를 명백히 구분하고 있는 파견법 34조1항의 규정 취지가 무색하게 되는 점 ②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해 특정 정규직 근로자를 다른 정규직 근로자에 비해 차별하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책임만을 부담하게 되나, 파견근로자 등을 정규직 근로자에 비해 차별하는 경우 근로기준법에 따른 책임에 더해 파견법에 따른 시정명령·배상명령 등의 대상이 되는바,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해서도 파견법을 적용할 경우 파견근로자가 정규직 근로자보다 더욱 두텁게 보호받는 역차별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점 ③ 근로기준법상의 의무 위반과 차별적 처우의 구분이 충분히 가능하고 전자는 민·형사상 구제절차 등을 통해, 후자는 차별시정을 통해 구제가 가능한 점 등을 고려하면 연차휴가수당 미지급 등 근로기준법상의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 영역은 파견법과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이 규정한 차별처우 금지영역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나. 이 사건 판결의 요지

그러나 이 사건 판결은 1심 판결이 제시한 근거를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연차휴가수당 미지급 같은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도 차별시정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즉 이 사건 판결은 ① 파견법이 법을 위반한 내용의 차별과 그렇지 않은 차별을 구분하고 있지 않고, 실제 근로기준법 위반의 차별적 처우도 다수 존재하는 점 ② 파견법 34조1항 본문은 근로기준법 적용에 있어 누구를 사용자로 볼 것인지에 관한 규정에 불과하므로 파견법 21조 적용에 있어서도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를 구분해 적용해야 한다는 근거규정으로 볼 수 없는 점 ③ 파견근로자를 정규직 근로자와 차별하는 경우 근로기준법에 따른 보호에 더해 파견법에 따른 보호를 하는 것은 파견법의 차별금지 규정 등에 따른 당연한 귀결일 뿐 이를 역차별이라고 할 수는 없는 점 ④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과 차별적 처우 부분을 구분해 별도의 구제절차를 밟도록 하는 것은 합리적 해석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⑤ 근로기준법 위반이면서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는 경우 법 위반에 대한 민사상 구제 이외에 파견법에 따른 차별시정의 필요성이 큰 점 등을 종합해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인 연차휴가수당 미지급도 차별적 처우의 금지영역, 즉 차별시정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3. 이 사건 판결의 의미

가. 파견법은 임금 그 밖에 근로조건 등에 관한 사항에 있어서 합리적 이유 없는 불리한 처우를 차별적 처우로 규정(2조7호)하면서 이를 금지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는 연차휴가수당이 차별적 처우 금지영역인 근로조건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근로조건이라 함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에서 임금·근로시간·후생·해고,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해 정한 조건을 말한다”(대법원 1992.6.23. 선고 91다19210 판결 등 참조)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연차휴가수당이 근로조건에 해당함은 명백하고, 법 문언상 차별적 처우의 금지영역, 즉 차별시정 대상에 포함된다는 점 또한 명백하다.

나. 1심 판결은 연차휴가수당이 근로조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도 사용사업주 소속 근로자에게는 이를 지급하고 파견근로자에게는 지급하지 않는 경우 이는 단순히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리할 문제일 뿐 차별적 처우로 규정해 차별시정 대상으로 삼을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1심 판결의 내용은 해석론으로 법 문언의 규정을 넘어서려는 전형적인 과잉해석이다. 파견법은 차별적 처우의 금지영역을 임금 그 밖에 ‘근로조건’ 등으로 규정했을 뿐 근로조건 중에서 근로기준법 위반 등 법 위반 사항과 그렇지 않은 차별적 처우의 내용을 구별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를 명확히 확인한 이 사건 판결은 지극히 당연하다.

다. 한편 법 위반 사항에 대해 민·형사상 구제절차 또는 사용자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안이 있다고 하더라도 파견법의 차별시정 제도는 배액배상명령 등 실효적인 차별시정 절차를 강구해 실제 손해 이상의 책임을 사용자에게 물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법 위반 사항에 대해 차별시정이 가능하도록 한 것은 의미가 있다. 나아가 법 위반 사항과 법 위반은 아니지만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는 사항이 언제나 명확하게 구별되는 것도 아니고, 차별시정 제도를 통해 신속하고 실효적으로 법 위반의 차별적 처우를 시정할 필요성도 있으므로 이와 같은 입장을 취한 이 사건 판결은 타당하다.

라. 이 사건은 연차휴가수당 미지급이라는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도 파견법상 차별시정 대상이 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으나, 이 사건 판결의 판시내용와 취지에 따르면 모든 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도 그것이 차별에 해당하기만 한다면(예를 들면 정규직에게는 산업안전보건법상 건강검진을 실시하면서도 파견노동자에게는 이를 미실시하는 경우 등) 파견법은 물론 기간제법상 차별시정 대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 사건 판결은 차별시정제도의 규범력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