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시간선택제 공무원 제도가 도입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근무형태의 비효율성으로 제도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가정 양립과 일자리 나누기라는 도입 취지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공무원 간 차별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비판이다.

8일 오후 ‘시간선택제 공무원 제도개선을 위한 국회토론회’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시간선택제 부작용을 어떻게 개선할지가 집중 논의됐다. 토론회는 이개호·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장정숙 국민의당 의원이 주최하고, 전국통합공무원노조 시간선택제본부가 주관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시간선택제 공무원은 무늬만 공무원”이라고 지적했다.

시간선택제 공무원은 크게 전환형·채용형·임기제로 구분된다. 시간선택제 전환공무원(전환공무원)은 과거 전일제 공무원들이 속해 있다. 필요에 따라 신청해 전환한 이들이다. 1일 최소 3시간 이상, 주당 15~25시간(별정직 공무원 15~35시간) 근무한다.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채용공무원)은 처음부터 시간선택제로 채용된 이들이다. 원칙적으로 주 20시간 근무하지만 임용권자 판단에 따라 5시간 범위에서 조정이 가능하다.

◇‘시간선택’ 못하는 시간선택제 공무원=토론회에서는 시간선택제 공무원이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시간선택제도 초과근무를 하느라 전일제와 별다른 차이 없이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발제를 맡은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연구위원은 “조사 결과 초과근무를 하는 시간선택제가 60%를 넘었다”며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서둘러서 시행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시간선택제 중에서도 채용공무원이 가장 많은 차별을 받는다는 분석도 제기했다. 공무원연금 적용 배제가 대표적 사례다. 공무원연금법 3조는 ‘공무원이란 상시 공무에 종사하는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로 명시하고 있는데, 상시 공무를 협소하게 해석하는 바람에 채용공무원은 적용대상에서 빠져 있다. 이들은 공무원연금이 아니라 국민연금을 적용받고 있다. 전환공무원은 공무원연금을 적용받는다.

남우근 연구위원은 “전일제 공무원들이 시간선택제 공무원을 자신과 동일한 공무원으로 생각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공무원연금 적용 배제”라며 “전환형 공무원이나 전일제 공무원과의 차별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채용공무원과 임기제공무원에게 공무원연금을 적용하는 내용의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시간비례원칙 적용도 차별을 야기하는 요소로 꼽힌다. 시간선택제에게는 출장비나 자격증 등 각종 수당에 시간비례를 적용해 전일제 공무원의 절반 수준을 지급하는 것이 그 예다. 시간비례 원칙은 경력인정과 승진소요 연한에도 적용되는데, 이는 기본급 격차가 커지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남우근 연구위원은 “최초 임용시 시간선택제는 전일제 기본급의 50% 수준을 받지만 정년쯤에는 승진 격차로 인해 전일제 기본급의 25% 수준으로 낮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전환공무원으로 통합운영해야”=해법으로는 채용공무원 폐지와 전환공무원 통합운영이 제시됐다. 남우근 연구위원은 “시간선택제 공무원은 양질의 일자리가 아니다”며 “시급하게 차별시정 노력이 필요하고, 만약 쉽게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전환공무원과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남 이유노동정책연구소 대표노무사는 “시간선택제 같은 비전형 고용형태는 결국 노동유연화에 따른 노동 전체의 질적 하향을 가져온다”며 전환공무원 통합운영에 찬성했다. 박성국 매일노동뉴스 논설위원도 “전환공무원제 활성화와 함께 시차근무제·집중근무제·근로시간계좌제(보상휴가제)·노동시간단축 근무 등 노동시간 유연제도를 병행해야 한다”며 “이 경우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취지도 이뤄 내고 총노동시간 단축의 묘미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조태준 상명대 교수는 “전환공무원과 채용공무원은 입직 경로와 제도 운영 목표 등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통합운영은 비현실적”이라며 “채용공무원을 폐지하기보다는 문제점을 개선해서 더 좋은 제도로 발전시키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