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원회가 차별시정 사건에서 "사용자가 노동자들의 피해를 원상회복하는 조치를 취했어도 징벌적 배액배상명령은 별도로 이행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정을 내렸다.

6일 민주노총 서울본부에 따르면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불법파견 상태에서 일하다 퇴직한 노동자 8명이 원청업체와 하청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차별시정 신청사건에서 최근 "원·하청이 연대해 1.1배의 배액배상을 하라"고 판정했다.

서울 구로디지털산업단지 휴대전화 부품제조업체에서 사내하청으로 일하던 노동자 8명은 퇴직 후 "원청 노동자들과 동일 업무를 수행했는데도 상여금·퇴직금을 적게 받았다"며 서울노동위에 차별시정을 신청했다. 원청 노동자들은 월 기본급의 400%를 상여금으로 받는데 자신들은 100%만 받아 차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차별시정 신청 소식이 알려지자 원청은 하청업체 노동자를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고, 퇴직자 8명에게 원청 정규직과 동일한 상여금·퇴직금을 지급했다. 대개 사용자가 노동자들의 피해를 원상회복하는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하면 노동위는 "구제실익이 없다"며 각하판정을 한다.

그런데 서울지노위는 "사내하청 사용은 불법파견에 해당하고, 원청의 차별적 처우가 수년간 반복돼 배액배상명령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서울지노위는 "사용자가 심문회의 개최 전 실제 발생한 손해액을 지급했다는 이유로 시정이익이 없다고 한다면 배액 금전배상명령제도의 취지가 형해화될 우려가 있다"며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 모두에게 불합리한 차별이 발생한 책임이 있는 경우에는 연대책임을 부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성우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는 "사용자가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차별시정 신청사건 계류 중에 시정했더라도 징벌적 배액배상명령은 별도로 이행해야 한다는 노동위의 첫 판단 사례가 나왔다"며 "징벌적 배액배상명령이 차별시정과 별개로 독자적인 이익이 있다고 판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징벌적 배액배상명령제도는 2014년 9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과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됐다. 배액배상명령이 내려진 경우는 이번 사건을 포함해 세 차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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