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무노조 방침을 고수하는 삼성 계열사에 노조가 만들어졌다. 국내 1위 보안경비업체인 삼성에스원에서다.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부당노동행위에 시달렸다"고 증언했다. 2000년 에스원노조가 설립된 적이 있지만 사실상 휴면노조로 파악된다.

삼성에스원노조는 지난 4일 오전 서울 중구 삼성에스원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 무노조 경영의 폐단을 바로잡고 노동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조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달 28일 설립총회를 한 뒤 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이달 3일 설립신고증을 받고 서비스연맹에 가입했다.

삼성에스원은 사업장과 주택에 무인경비시스템·CCTV를 설치하고 경보가 발생하면 요원을 출동시키는 보안서비스 제공업체다. 노조가 삼성에스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서비스 관리건수가 6만8천건 늘었는데도 인력충원은 없었다.

노조는 출동요원의 월평균 노동시간이 290시간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연승종 노조 부위원장은 “출동요원의 1년 미만 퇴사율이 30%에 육박한다”며 “살인적인 노동강도에 따른 필연적 결과”라고 말했다.

일부 지사 관리자가 직원에게 폭언·폭행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연 부위원장은 “직원들의 신고로 관리자가 징계를 받기도 하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관리자들의 갑질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런 적폐를 뿌리 뽑겠다”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회사가 경영효율화를 위해 전국 97개 지사 지원업무를 10개 통합지원센터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원격지에서 생활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성과연봉제도 문제로 지적된다. 삼성에스원은 직원 대표 격인 ‘한마음협의회’와 노사협의를 한다. 노조는 “노동자위원 선출 절차가 비민주적으로 운영되면서 노사협의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노조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에스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실제 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은 노조가 밝힌 월평균 근무시간보다 적은 수준으로 알고 있다”며 “1년 미만 퇴사율도 국내 다른 사업장과 비교해 봤을 때 특별히 높은 수준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 설립·활동은 직원들의 권리”라며 “회사는 건강한 노사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휴면노조로 파악되는 에스원노조 조합원은 2013년 기준으로 4명이다. 삼성에스원노조 관계자는 “2013년 노동부 자료 외에는 기존 노조(에스원노조)의 활동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며 “기존 노조가 있었는지도 삼성에스원노조를 만들면서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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