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여행사와 현지 여행사(랜드사), 현지 관광가이드로 이어지는 다단계 착취구조가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여행업계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여행업체들이 회원사로 참여하는 사용자단체인 한국여행업협회(KATA)가 하나·모두투어 같은 국내 대형여행사와 현지 랜드사·관광가이드 등 이해당사자 간 간담회를 추진 중이다. 협회는 이달 3일 하나투어·모두투어·노랑풍선 등 국내 대형여행사 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한 데 이어 4일에는 관광가이드들이 가입해 있는 한국노총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위원장 문현군)를 찾아가 간담회를 제안했다.

협회는 노조에 9월 초 태국에서 하나투어·모두투어를 비롯한 국내 대형여행사들과 랜드사·관광가이드, 한국노총이 함께 상생방안을 찾자고 주문했다. 태국은 저가여행 착취구조 말단에 있는 랜드사와 한인 관광가이드들이 가장 많은 곳이다.

협회 관계자는 "(여행업계 구조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들마다 인식 차이가 있다 보니 접근방식이나 해결방법에서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며 "만난다고 문제가 해결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일단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는 과정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대형여행사가 판매하는 저가 패키지여행 상품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한다. 사실상 항공비가 상품가격의 전부다. 이들은 항공권을 대량으로 구입한 뒤 관광객을 모집하고, 랜드사에는 관광객만 보낸다.

호텔·식사·차량 등 이른바 '지상비'로 불리는 현지 비용을 받지 못한 랜드사들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쇼핑과 옵션 선택을 강요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관광가이드들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쇼핑과 옵션으로 손실분을 메우라고 지시한다. 관광가이드들이 관광객들에게 "라텍스 하나만 사 달라"거나 "저기서는 무조건 약을 사야 한다"며 협박에 가까운 읍소를 하는 이유다. 관광객들이 쇼핑을 안 해서 발생한 손해는 고스란히 가이드가 떠안게 된다.

여행사들도 이 같은 먹이사슬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은 하고 있다. 하지만 여행사 간 저가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어느 한 여행사가 단독으로 가격을 정상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대형여행사 관계자는 "다른 여행사는 39만9천원에 태국 패키지여행 상품을 팔고 있는데, 우리 여행사만 '가이드 인건비와 투어비를 정상적으로 주기 위해 10만원을 더 받겠다'고 나설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한 여행사만 앞서 나가면 다른 여행사들이 눈치를 주기 때문에 이해당사자 간담회를 통해 하나의 중재된 안이 나올 경우 대다수 여행사들도 따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협회 관계자들을 만난 문현군 위원장은 "이해관계자들이 모이는 만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관광객들도 초저가여행이 아닌 공정여행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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