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병원 교수가 간호사와 전공의에게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보건의료계는 “병원의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조직문화가 병원 노동자들을 인권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다”며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가 2일 부산대병원 폭언·폭행사건과 관련해 “교수의 직분과 사제지간이라는 관계 속에서 권력을 휘두르며 동료에게 무차별 폭력을 행사한 것”이라며 “병원은 내부 폭력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해자가 누구더라도 철저히 진상을 조사하고 마땅한 징계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부산대병원과 노조에 따르면 교수 A씨는 지난 6월 수술이 마음대로 진행되지 않자 소리를 지르고 수술기구를 모아 둔 판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간호사가 망가진 수술용 칼날을 교체하자 “수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심한 욕설을 했다. A씨는 수술 중에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공의를 발로 차거나 뺨을 때리고 수술용 기구로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성희롱도 했다. 여성 간호사가 동석한 수술실에서 걸그룹 이야기를 하며 “몸매가 살아 있네” “여자는 다리가 얇아야 한다” 같은 성희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2009년에도 레지던트가 실수로 보낸 응급환자 발생 문자메시지를 보고 만취 상태로 응급실을 찾았다가 레지던트와 원무팀 직원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다음날 A씨는 “술을 마셔 기억이 안 난다. 만약 그랬다면 미안하다”는 말로 사건을 무마했다. 당시 A씨는 징계를 받지 않았다.

A씨의 만행은 피해자들이 노조에 제보하면서 알려졌다. 부산대병원은 지난달 31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폭언과 폭행 혐의로 A씨 징계를 결정하고, 부산대에 징계위원회 회부를 요청했다.

노조는 “의사를 포함한 전 직원 폭력예방 교육과 상호존중 프로그램을 실시해 병원의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바꿔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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