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수 변호사(법무법인 시민)

대상판결 : 대법원 2017.6.29. 선고 2016두52194 판결

해고의 경위

원고는 한화투자증권으로서 한화증권이 2010년 6월1일 푸르덴셜투자증권을 인수한 후 2012년 9월3일 위 회사와 합병하고 상호를 변경한 증권회사다. 참가인들(2명)은 푸르덴셜투자증권에 입사해 지점장까지 승진해 근무하던 중 위 합병일인 2012년 9월3일 지점장 면보직 처분을 받고 매니저로 근무하며 리테일영업을 담당했다. 원고는 2013년 후반 경영정상화를 위해 450명을 감원하는 내용의 인력구조조정 방안을 실시하기로 발표했다. 원고에는 3개의 노동조합이 있었으나 전체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은 없었다. 원고는 2013년 10월25일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5명을 선출했고,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해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들 및 노동조합과 협의를 진행했다. 원고는 2013년 11월 말께 감원 규모를 450명에서 250명으로 축소하되 대신 급여(고정급)를 20% 삭감하고, 저성과자 관리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방안(1차 수정안)을 제시했다. 1차 수정안에 대해 근로자 81%가 동의했다. 원고는 2013년 12월16일부터 같은해 12월23일까지 302명을 희망퇴직 처리했다. 그러자 원고는 2013년 12월23일 감원 규모를 350명으로 하되, 급여(고정급)를 10% 삭감하고, 저성과자 관리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방안(2차 수정안)을 제시했다. 원고는 2차 수정안 내용을 포함한 취업규칙 변경에 대해 근로자들과 2개 노동조합의 동의를 거쳐 이듬해 1월3일 34명의 경영해고 대상자를 확정했다. 그 후 27명이 희망퇴직을 하자 원고는 2014년 2월9일 희망퇴직을 거부한 참가인들을 포함한 7명을 경영해고했다(이 사건 경영해고).

분쟁의 경과

이 사건 경영해고를 당한 7명은 2014년 5월3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서울지노위는 2014년 6월27일 경영해고 요건을 모두 충족해 적법하다는 이유로 기각 판정했다. 위 7명은 2014년 7월31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했다. 중앙노동위는 2014년 11월18일 이 사건 경영해고는 경영해고 요건 중 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② 해고회피노력 ③ 근로자대표와의 성실한 협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이에 대해 원고가 중앙노동위 위원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참가인들을 포함한 7명은 피고보조참가를 했다. 서울행정법원은 2015년 11월19일 이 사건 경영해고는 근로기준법상 경영해고 요건을 모두 갖춘 정당한 해고라고 인정하고 중앙노동위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했다(2014구합76301 판결 : 재판장 판사 이승한, 판사 박기주·이화연). 이에 대해 피고 및 근로자 7명이 항소했다. 서울고등법원은 2016년 8월18일 피고 및 근로자들의 항소를 기각했다(2015누70401 판결 : 재판장 판사 윤성원, 판사 유헌종·김관용).

이 사건 경영해고를 당한 7명의 근로자 중 5명이 원심 판결(서울고법 판결) 선고 후에 상고를 포기했다. 해고 후 2년6개월간 법정투쟁을 하자니 지쳤을 법도 하다. 원고가 이 사건 경영해고 과정에서 희망퇴직자에게 지급했던 희망퇴직금 일부를 지급받는 조건으로 합의했던 것이다. 피고와 2명의 참가인만이 상고를 제기했는데, 대법원은 올해 6월29일 원심판결을 파기했다(2016두52194 판결 : 재판장 대법관 고영한·김창석, 주심 대법관 조희대·박상옥).

상고이유

참가인들은 이 사건 경영해고가 경영해고의 네 가지 요건 모두를 구비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긴박한 경영상 필요’와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 요건을 구비하지 못했음을 강조했다. 원고는 7명의 근로자를 경영해고 함으로써 얻는 경제적 비용절감 효과는 연간 7억7천만원이라고 주장했는데, 이 사건 경영해고 전후에 걸쳐서 그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지출하는 각종 정책을 시행했다.

참가인들은 ‘긴박한 경영상 필요’ 요건과 관련해 ①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인정되는지 판단 기준은 법인 전체를 기준으로 해야 함에도 원고의 일부인 리테일 사업부문의 사정을 기준으로 판단한 점 ②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원고의 누적적자가 1천500억원에 달한 것은 계속적·구조적인 결과가 아니라 해외투자 손실, 희망퇴직금 과다 지급, 계열사 몰아주기를 위한 IT·광고비용의 과다 지출 등 일시적 원인 때문이라는 점 ③ 2012년 말부터 2013년 초까지 145억원을 들여 자사주를 매입할 정도로 자본금과 잉여금 등 재무건정성이 양호한 편이었던 점 ④ 신용평가회사들도 원고의 기업어음평가와 기업신용등급평가에서 최상급 평가를 한 점 ⑤ 원고가 애초에 설정한 450명 감원 규모가 아무런 근거가 없고, 원고가 제시한 1차 수정안에 대해 근로자 81%가 동의했음에도 희망퇴직을 실시한 결과 302명이 희망퇴직에 응해 250명을 훨씬 초과하자 2차 수정안으로 변경해 감원 규모를 350명으로 증원한 점 ⑥ 이 사건 경영해고 당시 감원수가 350명을 초과한 점 ⑦ 이 사건 경영해고 후 1년 만인 2014 회계연도에 60억원 이상을 배당한 점 ⑧ 계열사인 야구단에 구조조정 기간인 2013년에 ‘광고 및 상품 거래내역’ 5억원 외에 ‘지원금’이라는 항목으로 10억원을 별도로 지급한 점 ⑨ 연차유급휴가 의무사용 또는 사용촉진제도를 활용할 수 있음에도 계열사 지원을 위해 리프레시 휴가 제도를 시행해 2013년에 10억8천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별도로 지급한 점 ⑩ 3년치 정기휴가보상금으로 일시에 31억원 이상을 지급한 점 등을 지적했다. ‘해고회피노력’ 요건과 관련해 ① 임원이나 본부 직원 등의 축소, 간접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는 경영방식의 합리화, 근무시간의 단축, 일시휴직이나 순환휴직의 활용,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연차휴가의 의무적 사용, 자산매각 등 해고회피수단으로서 먼저 검토해야 할 방법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점 ② 이 사건 경영해고가 진행되던 2014년 1월28일 521명의 근로자에게 17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한 점 ③ 2014년에 전년 대비 500명 이상 감원됐음에도 교육비로 전년도와 비슷한 23억원을 집행해 1인당 교육비 집행 금액이 대폭 증가한 점(2013년 132만원 정도인데 2014년에는 199만원 정도) ④ 이 사건 경영해고를 전후해 직원을 신규채용했고, 승진인사도 실시한 점 등을 지적했다. 위와 같은 사정에도 ‘긴박한 경영상 필요’ ‘해고회피노력’ 요건을 구비한 것으로 판단한 원심 판결은 법리오해, 심리미진, 사실오인으로 인한 자유심증주의 위반 등의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사실관계 자체를 필요한 범위에서 다시 정리한 후에 상고이유 중 일부를 받아들여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즉 ‘① 원고의 사업보고서 등에서 드러나는 이 사건 경영해고 무렵의 원고 직원 현황에 의하면, 이 사건 경영해고 당시에는 이미 감원된 인원이 참가인들을 포함한 최종 경영해고 대상자 7명을 제외하고도 2013년 9월30일부터 2013년 12월31일까지의 기간 동안 감원된 341명과 최종 경영해고 대상자 선정기준이 공고된 후 희망퇴직을 신청한 27명, 감원목표 인원수에 포함된 전환배치 직원 14명 등 모두 382명에 이르러 최종 감원목표인 350명을 상회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② 원고는 이 사건 경영해고 전후로 정규직 55명, 계약직 59명, 임원 6명을 신규로 채용하고 승진인사를 단행하는 한편, 일부 부서에 대해서만 경영성과금의 대부분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지급했을 뿐만 아니라, 대규모 감원에도 교육비 예산을 그대로 유지해 결과적으로 직원 1인당 지출 규모를 증가시켰는데, 이러한 조치는 원고의 경영상황과 경영해고의 규모 등을 고려해 볼 때 이 사건 경영해고를 감수하고서라도 시행했어야 할 회사 경영상 필요한 최소한의 불가피한 것들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그 비용지출 규모가 이 사건 경영해고로 절감되는 경제적 비용에 비해 훨씬 크다고 보이는 점을 아울러 고려하면 적절한 해고회피노력을 다하지 못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결론적으로 대상판결은 “원심의 판단에는 경영해고 요건 중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및 ‘경영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논리와 경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검토

대상판결이나 원심 또는 제1심 판결이나 경영해고의 정당성 요건에 관한 기본 법리는 동일했다. 즉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란 반드시 기업의 도산을 회피하기 위한 경우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해 인원삭감이 필요한 경우도 포함하지만, 그러한 인원삭감은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돼야 한다.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은 경영방침이나 작업방식의 합리화, 신규채용의 금지, 일시휴직 및 희망퇴직의 활용, 전근 등 사용자가 해고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는 것을 의미하고, 그 방법과 정도는 확정적·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당해 사용자의 경영위기 정도, 경영해고를 실시해야 하는 경영상의 이유, 사업의 내용과 규모, 직급별 인원상황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31조에 의해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을 다투는 소송의 경우에는 해고 정당성에 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사용자가 부담하므로, 경영해고에서도 사용자가 경영해고의 정당성을 비롯한 경영해고 요건을 모두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상판결과 원심 또는 제1심 판결은 동일한 법리를 적용했지만 결론은 달랐다. 경영해고 사건의 경우 심급마다 결론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대법원 판단에 따라 승패가 최종적으로 확정된다. ‘긴박한 경영상 필요’나 ‘해고회피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과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 혼재하기 때문에 결론이 어떻게 나더라도 합리화가 가능하게 된다. 결국 ‘종합적으로 보아 해고근로자를 구제하는 것이 정의의 관념에 부합하는가’라는 관점에서 결론이 나는 것으로 보인다.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원고가 취한 여러 조치들을 보면 이 사건 경영해고를 꼭 했어야만 할 절박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대상판결은 참가인의 상고이유 중 일부만 받아들여 이 사건 경영해고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그런데도 원심과 제1심 판결은 왜 달리 평가했는지 의문이다.

해고근로자가 법정투쟁을 통해서 권리구제를 받으려면 환호와 절망의 상태를 오가며 장기간 버틸 수 있어야 한다. 철인이 아니고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노동소송 사건의 신속·공정한 처리를 위해 ‘참심형 노동법원’이 도입돼야 함을 다시 한 번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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