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대표부가 지난달 1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의를 위한 공동위원회의 특별회기를 요청하면서 한미FTA 재협상 국면이 본격화하고 있다. 재협상과 관련해 정부뿐만 아니라 국회 차원에서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가 1일 발행한 '한미FTA 개정 관련 절차적 쟁점과 시나리오별 적용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공동위 특별회기가 시작된다고 해서 곧바로 개정협상(재협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공동위는 한미FTA상 상설기구다. 어느 한 나라가 개최를 요구하면 의무적으로 열린다. 미 무역대표부는 8월 미국 워싱턴에서 공동위 특별회기를 소집하자고 요구하면서 "협정의 개정과 수정을 포함해 협정운용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을 논의하자"고 요구했다. 재협상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8월 협의 과정에서 한미FTA가 무역불균형 원인이라는 미국의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다면 추후 개정협상이 개시되지 않을 수 있다"며 "개정 요구를 수용할지 여부 역시 주권국가가 결정할 사항이기 때문에 한국이 수락하지 않으면 개정협상이 개시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양국이 합의해 재협상을 시작하는 경우다. 예컨대 법률시장 개방이나 의약품 가격 산정을 비롯한 한미FTA 의무이행과 관련해 양국이 이행내용을 명확하게 규정하려고 협정문 수정을 추진할 수 있다. 국회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고 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통상조약법)도 적용받지 않는다.

반면 미국이 자동차와 철강 분야 적자 문제를 의제로 제기하고 한국에 맞대응한다면 재협상은 한미FTA의 본질적 내용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지금으로선 이런 상황이 유력해 보인다. 입법조사처는 "한미FTA의 실체적 내용을 개정할 경우 헌법에 따라 국회의 비준동의를 거쳐야 한다"며 "실질적으로 새로운 규정을 추가하거나 기존 조항을 변경해 당사국의 권리·의무에 변경을 초래한다면 통상조약법 적용대상이 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통상조약법은 통상협상 개시 이전과 진행 과정 전반에 국회가 개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한미FTA 개정협상으로 이어질지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대미교역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정부뿐 아니라 국회 차원에서도 체계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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