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도노조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서 또다시 입환(열차 연결·분리) 사고가 발생했다. 광운대역에서 입환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사고로 사망한 지 두 달 만이다. 코레일의 땜질식 처방으로 사고가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철도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경기 의왕시 오봉역에서 차량에 매달려 입환 작업을 하던 수송원이 4.5톤 트럭에 치여 추락하면서 중상을 입었다. 사고를 당한 수송원은 골반이 부서지고 늑골·척추골절과 복부출혈로 현재까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광운대역만의 문제 아니다”

입환 작업은 철도차량을 분리하거나 연결해 열차를 조성하는 작업을 말한다. 고위험 업무로 분류된다. 수송원이 한 손에 무전기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열차에 매달린 채 이동해 작업을 한다. 열차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기라도 하면 그 충격은 수송원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때문에 추락하는 사고가 잦다. 열차를 연결하는 작업 도중 열차 사이에 끼여 다치는 사고도 종종 발생한다.

지난 5월27일 서울 노원구 광운대역에서 입환 작업을 하던 수송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이틀 뒤 전면 작업중지명령을 내리고 코레일에 안전조치를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광운대역 사고 이후 코레일은 도보로 입환하도록 조치했다. 열차에 매달려 작업하는 것을 금지하고 걸어서 이동하라는 것이다. 조치는 광운대역에 한정했다. 그런데 입환 작업 환경이나 방식이 전국 어느 역이나 같다는 데 함정이 있다. 위험 작업을 하는 것은 똑같은데 사망사고가 발생한 광운대역에서만 대책을 적용한 꼴이다. 노조는 “5월 광운대역이나 6월 노량진역 참사가 발생했는데도 코레일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며 “걸어서 입환하라는 광운대역 입환 지침을 전국으로 확대했더라면 오봉역 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코레일, 비용 탓 장비·시설 개선 안 해

도보 입환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인력 충원과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성수 노조 노동안전국장은 “2009년 취임한 허준영 전 사장이 인력을 5천500명 감축하는 바람에 전체 직종에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인력 부족에 따른 피로가 상당히 누적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이어 “입환 업무를 할 때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수킬로미터인데 걸어서 이동하라는 대책은 말이 안 된다”며 “안전하게 입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장비와 시설을 개량해야 하는데 돈을 안 쓰려고 하니 도보 입환 대책만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6월 노동부는 코레일에 추락재해 예방 조치로 추락 우려가 있는 장소에 작업발판을 설치하고 추락방지 안전난간을 설치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은 내부문서에서 “시멘트화차 3천70량을 개조할 경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며 화물 수송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광운대역 입환량을 고려하면 화차에 탑승을 금지하고 도보로 입환하는 것이 안전사고 예방에 도움이 되고 화물열차 운행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사고 당일부터 이날까지 오봉역 현장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코레일에 추가 안전조치를 요구할 예정이다.

한편 코레일은 지난달 12일 “2021년까지 입환 사고 제로화를 추진한다”며 단기·중장기 대책을 각각 내놓았다. 단기 대책으로 △핸즈프리 무전기 개발 △전호기·전호등을 LED전등으로 교체 △스판소재 밀착형 작업복 지급 △도보 입환시스템 도입을, 중장기 대책으로 열차 연결분리 자동화 시스템 개발과 원격제어 입환시스템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원격제어 입환시스템은 구내 부지가 좁고 곡선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 환경에 적용하기 어려운 방식”라며 “보여 주기 식 대책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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