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보호와 의료 질 향상을 목적으로 제정된 환자안전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환자안전 전담인력을 배치한 병원은 56.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의료노조가 200병상 이상 병원 74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환자안전위원회와 환자안전 전담인력 실태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가 확인됐다.

31일 노조가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병원 74곳 중 환자안전 전담인력이 실제 업무를 전담하는 곳은 42곳(56.7%)에 불과했다. 나머지 32곳(43.2%)은 환자안전 전담인력이 다른 업무를 겸임했다. 환자안전법은 200병상 이상 병원에 환자안전 전담인력 배치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현실은 절반 가까이가 겸임으로 업무를 하고 있는 셈이다.

환자안전 전담인력은 △환자안전사고 정보의 수집·분석과 관리·공유 △환자안전사고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한 보건의료인 교육 △환자와 환자 보호자의 환자안전활동을 위한 교육 업무를 한다. 노조는 “업무 겸임으로 형식적인 활동에 그치기 쉽고, 전문성도 떨어진다”며 “환자안전 전담인력이 실제 환자안전 업무를 전담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가 200병상 이상 병원을 대상으로 전면 실태조사를 하고, 실제 전담인력이 배치될 수 있도록 지도·감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74개 병원의 환자안전 전담인력 105명 중 104명이 간호사고, 의사는 단 한 명뿐이다. 환자안전위원회는 단 두 곳을 제외하고 72곳에 구성돼 있다. 그러나 환자안전위원회에 노조 참여를 보장한 곳은 17개(23%)에 불과하다.

오선영 노조 정책국장은 “환자안전법이 발효됐지만 구체적인 업무가 제시되지 않은 상태”라며 “환자 안전과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환자안전법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특화된 업무를 확정해 전담인력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200병상 이상 병원으로 한정된 환자안전 전담인력 배치를 모든 병원으로 확대하고, 500병상 이상 병원에는 전담인력 두 명을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2015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기준 3천130개 병원(500병상 이상 병원 97개)에 환자안전 전담인력을 배치하면 모두 3천227명의 좋은 일자리가 생겨난다”며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 질 향상,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환자안전 전담인력을 모든 병원에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보건복지부에 △환자안전 전담인력 활동 매뉴얼 마련 △환자안전 전담인력 모범활동 사례 수집과 전파 △환자안전 전담인력 배치에 따른 인건비 지원 조치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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